공적자금 지원 대형화 유도

입력 2000-12-20 00:00:00

경북지역 상호신용금고 합병방침은 사금고화로 부실해진 금고를 우량 대형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독자생존이 불가능하다고 정부가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민경제 보호를 위해 틈새 금융시장을 담당하는 금고의 정상화가 절실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라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19일 '2001년 업무추진계획안'에서 밝힌 합병금고에 대한 지원방안은 사실 엄청난 특혜다.

우선 금감원은 합병 금고에 대해 부실 채권.자산을 처리할 수 있도록 7년동안 공적자금을 무이자로 대출해준다. 100억원을 대출 받는 금고의 경우 시중금리가 연리 8.3%임을 감안할때 수십억원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또 7년동안 연 2차례씩 실시하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조사를 면제함으로써 이 기간 동안 금고 영업권이 보장된다. 서민들은 안심하고 예금을 맡길 수 있어 향후 수신고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합병 금고중 본점을 제외한 지점들은 기존 사옥을 처분해 현금을 확보할 수 있고 자산규모가 커지면서 중견기업에 수십억원대의 대규모 대출도 가능해지는 등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이같은 정부방침에 따라 올해 대구의 조일 등 6개 금고가 하나로 묶어졌고 부산 6개, 강원도 5개, 청주 3개 금고가 합병됐다.

이에 반해 금감원은 합병을 거부하는 금고들은 내년 2월 실시하는 BIS 비율 조사 결과에 근거해 부실이 드러나면 내년 3월부터 영업정지 등의 조치를 내릴 계획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강제합병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 대구 금고 합병때와 마찬가지로 경북 금고업계의 유력인사를 통해 금고주들을 설득하는 방법으로 자율 합병을 유도하고 있다. 금감원은 조만간 금고주들과 간담회를 가지고 그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세부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다.

금감원 최건호 공보팀장은 "금고 대형화는 어쩔 수 없는 대세다"며 "97년 241개였던 금고가 퇴출과 합병으로 인해 올해 159개로 줄었고 내년에는 130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홍기자 pj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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