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배기 인정 살아 있었다

입력 2000-12-19 15:37:00

이른바 벌집.쪽방 주민의 암담한 겨우살이에 대한 보도(본지 12월 18일자 31면) 직후 이들을 도우려는 성금과 성품이 이어지고 있다.

대형 할인점 홈플러스(점장 정종표)는 대구 북구, 중구에 밀집한 벌집, 쪽방 극빈가정을 위해 1천500여만원을 들여 20kg들이 쌀 300포대를 지원하기로 했다. 홈플러스는 대구사회복지협의회, 노숙자지원센터 등을 통해 실태를 파악한 뒤 지정기탁 형식으로 연말까지 물품을 보낼 계획이다.

홈플러스 직원들의 봉사모임인 '한사랑회'도 18일 오후 매일신문에 소개된 북구 칠성동 쌍둥이 형제를 비롯 쪽방 생활자 8가구를 방문해 20kg들이 쌀 9포대와 밀감, 돼지고기, 밑반찬, 양념, 학용품 등을 전달했다.

농협대구지역본부(본부장 이의국)와 LG캐피탈 대구지점(본부장 박남목)도 벌집, 쪽방살이 주민들에게 라면, 김치, 생필품 등을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매일신문에는 이들을 직접 도우려는 시민들과 지원방법을 묻는 문의전화가 잇따랐다.

이선주(39.여.북구 동천동)씨는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엄마 없이 몸을 다친 아버지와 생활하는 중학생 쌍둥이가 애처로워 자그마한 정성을 전하기로 결심했다"며 라면 10상자와 김장김치 2통을 내놓았다. 생필품을 지원하겠다는 문상인(32.수성구 수성동.회사원)씨는 "쪽방살이 주민들과 같은 어려운 이웃이 아직도 많이 있다는 소식에 상당히 놀랐다"며 "우리가 어려울수록 소외된 극빈층에게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성구 지산동 정한철(37)씨는 "아들 이름으로 매달 벌집에 사는 또래 학생에게 일정 금액을 보낼 작정"이라며 "평소에도 누군가를 돕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 데 이번에 신문기사를 보고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박남현 거리노숙자종합지원센터 소장은 "사회복지협의회, 지역 복지관 등을 통하면 지정기탁 형식으로 소외계층에게 보탬이 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며 "쪽방 주민들이 올 겨울을 버틸 수 있도록 시민들의 따뜻한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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