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실세, 지역 배려한 발탁

입력 2000-12-19 12:04:00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에 김중권 최고위원을 지명한 것을 두고 여권에서는 "영남출신이라는 지역적 배경과 대통령의 메신저 역할 필요성, 실세 대표를 통한 체제정비 등을 고려한 발탁"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역성=김 최고위원의 대표 지명은 우선 그가 영남출신이라는 점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당초 김원기 고문이 유력시됐지만 김 고문이 호남출신이란 점 때문에 김 위원쪽으로 선회됐다"면서 "대통령과 대표가 호남일 경우 야당의 공세가 드세질 것이란 자체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또 향후 대야 관계를 고려할 때 구 민정당 출신으로 영남권 한나라당 의원과 교분이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심(金心)의 메신저 역할=현 정권 첫 청와대 비서실장을 2년간 역임하며 김 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보좌했다는 것도 대표 낙점에 크게 고려됐다는 후문이다. 또 동서화합을 내걸고 양 지역의 갈등해소에 노력, 영남출신이면서도 호남에서 상당한 호감을 얻었다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했다.

◇실세 대표론=김 대통령이 '구시대 인물에다 차기 대권주자'라며 반대해 온 당내 소장파들의 의견에도 불구, 김 최고위원을 지명한 것은 실세형 대표를 통해 당정쇄신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분석이다. 동교동계 가신 중심의 비선조직을 없애고 당을 최고위원 중심으로 개편하기 위해서는 대표에게 힘이 실려야 한다는 대통령의 뜻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여권이 검토하고 있는 당정개편 작업을 볼때 향후 민주당은 대표 체제로 재편되면서 총재권한의 대폭위임, 대표 단독 주례보고, 최고위원회의 격상 등으로 시스템이 바뀔 전망이다.

김 위원도 18일 기자들과 만나 "대표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하고싶은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면서 "일단 대표를 맡게 되면 일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주고 책임과 함께 권한도 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화갑 최고위원과의 관계=여권 일부에서는 한화갑 위원과의 관계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권노갑 위원 퇴진 이후 동교동계의 내부결속이 한 위원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을 감안하면 한 위원과 가까운 김 위원에게 대표를 맡겨 불필요한 당내 갈등을 사전에 막자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내 반발도 만만찮아 김 위원 체제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시대 인물이라는 이유로 초.재선 의원들이 반발하는 분위기가 감지되는데다 이인제 최고위원 등이 일찌감치 "차기 예비주자의 대표 임명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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