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리포트-백화점내 음악방송쇼핑심리 최적유지

입력 2000-12-13 14:34:00

서울근교에 갔을 때의 일이다. 시내버스를 탔는데 마침 중고생의 귀가시간이라 버스안에는 학생들이 많았다.

차가 출발하자 기사의 설명과 동시에 유명댄스가수의 노래가 흘러나왔고 학생들은 약속이나 한듯이 노래를 따라 불렀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버스는 지역에서 유명한 버스로 소문나 있었다. 그 버스는 학생 승객들이 많은 시간에는 최신가요를, 주부들의 이용이 많은 시간에는 전통가요를 바꿔가며 들려준다는 것이다.

백화점매장에서 근무하다보면 음악방송을 따라 흥얼거리는 고객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쇼핑하는 즐거움이 있고 기분까지 상쾌하게 해주는 음악까지 흐르는 매장이라면 더할나위가 없을 것같다. 무심코 듣는 백화점 내 음악방송도 사실은 마케팅요소가 담겨진 일종의 영업전략이며 음악방송은 백화점의 보이지 않는 판매사원이다.

매장내에 은은히 퍼지는 음악방송은 고객의 심리를 쇼핑하기에 최적의 상태로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때문에 날씨와 시간, 계절에 따라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등장하는 것이다.

고객이 뜸한 평일 오전 중에는 조용한 클래식과 경음악이 주로 방송되는데 이는 고객을 오랫동안 매장내에 머물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나른한 오후에는 경쾌하면서도 비트가 강한 음악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려 생기를 주자는 의도를 포함하고 있다. 고객이 많은 세일행사땐 고객의 흐름을 빠르게 하기 위해 빠른 음악을 주로 내보낸다.

실제로 매장내 음악이 고객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수치화하기는 힘들지만 영국의 한 대학에서 조사한 바로는 음악이 잠재적으로 제품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이 있다. 가격과 맛이 거의 비슷한 프랑스.독일산 포도주를 매장에 진열해놓고 프랑스음악을 집중적으로 틀어줄 경우 프랑스산 포도주가 3배이상 팔렸다고 한다.

쇼핑을 하면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무심히 듣지 말고 이 음악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을까 상상해 보는 것도 백화점을 이용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권칠수(대구백화점 본점 업무팀 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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