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세 피부관리사 박원준 옹

입력 2000-12-13 14:40:00

◈손님 많지 않아도 일하는 보람 정성 쏟아

대구 중앙통 한 귀퉁이에는 아흔세살이나 되신 한 할아버지 피부관리사가 개업 중이다. '박 전기 이온 마사지 시술소'의 박원준 할아버지. 예뻐지고 싶은 사람들의 주근깨.점.기미 등을 빼는 일이 70여년 동안 그가 해 온 일이다.

8평 남짓한 시술소엔 70년 된 전기 마사지 기계, 시술 침대 등이 정갈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언뜻 "말로만 듣던 무허가 의료 행위"가 연상될지 모르지만, 잘 보이는 곳에 걸려 있는 대구 중구청 발행 허가증은 그런 의구심을 단번에 씻어 준다. 손님은 많지 않다. 여기저기 피부 관리소가 생겨난 때문. 게다가 이 힘든 세월을 견뎌내느라 사람들은 얼굴에 솟아난 점 쯤은 참고 사는 모양이다. 골목 안쪽에 보일 듯 말 듯 작게 걸린 간판도 할아버지의 휴식을 돕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70여년 세월, 그의 손을 거쳐간 얼굴은 셀 수 없이 많다. 전국에서 손님들이 그를 찾아 대구로 왔었다. 그가 피부 마사지를 처음 시작한 것은 25세 때. 일본인으로부터 기술을 배웠고, 그 밑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1960년대까지는 서문로에서 영업했다. 중앙통으로 옮겨 온 것은 30여년 전.

1901년 생, 호적상으로는 100살이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자신의 실제 나이가 93세라고 했다. 아흔세살! 놀라운 일이다. 더우기 그는 건강했다.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이 보약이더라고. 3층 시술소의 가파른 계단도 문제 없다. 그에게서 기껏 찾아낼 수 있었던 노인이란 흔적은 새벽잠이 없다는 정도였다.

할아버지는 새벽 4시면 자리에서 일어난다. 다음은 가벼운 운동. 9시30분 쯤이면 어김없이 출근한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일하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건강과 기분 향상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손님이 오면 정성껏 시술하고 한가해지면 책을 든다.

서비스 정신이 몸에 밴 탓일까, 아니면 많은 독서 덕분일까. 할아버지가 쓰는 어휘는 하나하나 사려 깊고 정다웠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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