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계 "초심으로 돌아가자"

입력 2000-12-12 12:02:00

민주당 동교동계 핵심 인사 11명의 10일밤 회동은 4시간 이상 계속됐다. 이들은 포도주와 국산 양주 7병을 비우며 단합을 다짐했다. 모임을 마칠 때는 권노갑 최고위원의 제의에 따라 어깨를 걸고 '우리의 소원'을 합창했다. 다음은 이날 대화 요지.

▲배기선 의원=최고위원 선거 때부터 동교동계 갈등만 보도됐습니다. 춥고 어렵고 힘들 때도 하나였는데 요즘처럼 분열돼서야 되겠습니까.

▲설훈 의원=제가 죄인입니다. 특히 장형이신 권 최고위원을 한 번도 도와드린 적이 없습니다. 진심으로 반성합니다. 오늘 이후 권 최고위원의 참모 노릇을 하겠습니다.

▲한 초선 의원=두 형님(권노갑. 한화갑 최고위원)이 싸운다는 예기가 나오자 지역구에서는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들이냐'는 여론이 많았습니다. 우리는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국민은 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권 최고위원=윤철상, 너 국회의원 되려고 대통령을 따라다녔느냐. 너희들도. 우리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초심으로 돌아가자. 앞으로 자주 만나자. 나도 외로운 사람이다.

▲김옥두 사무총장=오늘은 동교동 입문 이래 가장 감격스러운 날이다. 그러나 정동영 최고위원은 내가 사무총장 옷을 벗고 끝까지...(그러나 참석자들은 '그러면 안된다. 정 최고위원도 당에 대한 애정을 갖고 한 얘긴데 그러면 되느냐'고 만류했다.)

▲한 최고위원=(권 최고위원에게 웃으면서)형님은 선거 때 다른 사람에게는 사무실도 내주고 돈도 줬다던데 나에게는 1원 한 푼 준적이 있소?

▲권 최고위원=그건 맞아. 지난 번 선거 때는 미안하게 됐네. 내가 일본에서 돌면서 청와대 아무개가 나를 귀국하지 못하게 할 때 자네가 내가 들어와야 한다고 대통령께 건의했지. 내가 감옥에 갔을 때도 자네가 제일 먼저 찾아와 위로하곤 했지. 자네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내 마음은 변함이 없네.

▲한 최고위원=(배후설과 관련)나는 얘기도 말아야겠어요. 무슨 일만 터지면 나를 지목하고 '한화갑이가 어쨌다'고 그러는데.

▲권 최고위원=앞으로도 이런 자리를 자주 만들자. 나를 불러 좋은 얘기를 많이 해달라. 초심으로 돌아가 대통령을 열심히 도와드리자.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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