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맞는 아이 외면하는 사회,가정해체 자녀폭행 빈발

입력 2000-12-12 12:16:00

정부가 지난 10월부터 전국적으로 아동학대 신고전화를 개설했지만 매맞는 아동은 계속 늘고 있다. 특히 경제난 이후 빈곤과 사회적 고립이 이혼.가출 등 가정해체의 가속화로 이어지는 가운데 자녀에 대한 폭력이 빈발하고 있으나 학대받는 아동을 격리.보호할 전문기관은 물론 이들을 상담하고 치료할 시설조차 변변치 않다.

지난 8일 오후 경북대병원 응급실에 실려온 박모(7.남구 이천동)군은 이마쪽 머리털이 다 뽑히고 온몸이 상처투성이었다. 병원측은 "늑골이 하나 부러져 폐에 피가 약간 고였으며 양 손발이 부었으며 귀도 찢어진 흔적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제보를 받고 출동한 대구 남부경찰서는 "아빠와 새 엄마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머리털을 뽑고 가위나 발로 손발을 마구 때렸다"는 박군의 말에 따라 아동학대로 보고 박군의 부모를 찾았으나 이미 종적을 감춘 뒤였다.

박군의 이모할머니(64)는 "2살때 아이의 엄마가 집을 나간뒤 5년동안 남동생(6)과 함께 남의 집에 맡겨졌다"면서 "아이의 아빠가 2년전부터 다른 여자와 동거를 해오다 올초 박군을 집으로 데려가 키웠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아버지의 폭행을 견디다 못해 민간상담소로 거처를 옮긴 최모(13.북구 산격동)군 남매도 수차례 집을 나왔다. 지난 97년말 이웃주민이 민간상담소에 알려 대구 인근의 친척집에 숨어 지내던 최군 남매는 두달만에 아버지에게 불려가 또다시 숱한 매질을 당했다.

대구시 산하 아동청소년상담실의 학대아동 상담건수는 지난 97년부터 지난해까지 1천7건, 1천461건, 1천520건 등으로 매년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아동학대 가정의 63%가 이혼,가출,별거상태인 것으로 밝혀졌으며 아동학대 가해자의 64%는 실직상태이고 38%가 사회적 고립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에 병원에 입원한 박군의 아버지도 5년전 아내가 집을 나간뒤 지난 5월까지 시내 식당에 물수건을 배달하는 일을 해오다 직장을 잃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지역에는 지난 7월 중구 남산동 구민교회가 어린이를 위한 '성가족폭력상담소(256-0696)'를 열었으며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월 전국적으로 학대받는 아동을 위한 아동학대 신고전화 '1391'을 개통했다.

아동학대 상담소 관계자는 "학대받는 아동을 전문적으로 치료하고 보호할 전문기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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