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 지지자 법원앞 대규모 시위

입력 2000-12-12 00:00:00

연방 대법원이 판결을 내리고 주 의회가 선거인단 선출 작업을 시작하는 등 한국시간(이하) 12일을 고비로 플로리다 주 미국 대통령 선거 시비가 정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쫛…연방 대법원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경찰이 삼엄한 경계를 펼치는 가운데 청사 밖에서는 열세에 몰린 민주당 지지자 1천여명이 재검표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때문에 부시 지지자들과의 설전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저명한 시민 운동가로 고어측인 제시 잭슨 목사는 대법원의 심리 과정을 지켜본 뒤 "대법원이 재검표를 허용하지 않으면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플로리다 주의 젭 부시 지사는 습지 복원 관련 법안 문제로 이날 워싱턴으로 백악관을 방문했다.

쫛…선거인단을 뽑기 위한 특별회기를 개회했다가 일단 휴회에 들어갔던 플로리다 주 하원은 12일 새벽 3시 회의를 속개, 특별위원회에서 부시 지지 선거인단 지명권 행사를 위한 결의안을 오전 6시쯤 통과시켜 본회의에 넘겼다.

하원 특위의 이 결의안은 5대 2로 통과됐으며, 민주당 의원 3명 중 1명도 공화당 편에 가세했다. 전체회의는 13일 소집될 예정이다.

주 상원 특위도 이날 같은 내용의 결의안을 다뤘으며, 전체회의는 14일 열도록 돼 있다. 상하 양원 특별위에서 헌법학자와 법학교수.의원 등 전문가들은 주 의회의 선거인단 지명권 행사 권한을 놓고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자들로 갈려 팽팽한 논전을 벌였다.

쫛…CNN방송-USA투데이신문-갤럽 등이 지난 10일 성인 7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1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미국민들은 연방 대법원 판결이 대선을 결말짓는 최종 결정이 돼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수작업 재검표에 대해서는 49%가 반대하고 47%가 찬성했으며, 연방 대법원이 부시 지지 판결을 내릴 경우엔 79%가 "고어가 승복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 73%는 이번 판결에 따른 대선 결과를 합법적인 것으로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72%는 "연방 대법원이 이번 사건을 공정하게 판결할 것으로 믿는다"고 신뢰를 표시했다.

쫛…미국 신문.방송과 시민단체들이 연방대법원 판결과는 관계 없이 논란 대상이 된 플로리다주 데이드 및 팜비치의 투표지 1만4천여장에 대한 비공식 검표를 하겠다고 나섰다. 이는 공문서 접근권을 인정한 주법에 근거한 것.

데이드 카운티 투표위 경우 이런 요청을 이미 16건이나 받아 놓고 있다. 신청자는 플로리다 3개 신문, 뉴욕타임스, LA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워싱턴포스트, 보수단체 '사법감시', 몇몇 TV사 등이 포함돼 있다. 비슷한 요청은 팜비치에도 제출돼 있다.

이들에 의한 검표는 선거인단의 대통령 선출이 끝나는 오는 18일 이후가 돼야 진행될 수 있을 전망이나, 학계.언론계 등은 "비공식 검표일지라도 그 결과는 심리적.정치적으로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미주리대 언론학부 찰스 데이비스 교수는 "논란표 검표는 자유롭고 적극적인 언론의 절대적인 의무"라고 언론 입장에 동조했다.

그러나 플로리다 주립대 정치학 교수인 제프리 먼대크는 "이때문에 새로운 검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으며, 플로리다 국제대 안토니오 호르헤 교수는 "위험한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짓" "선관위 기능을 뺏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각 기관.단체의 검표 시스템이 동일하지 않아 부정적 결과를 부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외신종합=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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