手검표 시비 정치 내란 수준

입력 2000-12-11 14:36:00

수검표 시비가 계속되자 뉴스 전문 케이블인 MSNBC 방송은 "미국이 잠재적인 '정치적 내란'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의회 의석이 반분된 상태여서 2년 뒤의 중간선거와 4년 뒤 대선까지 정쟁이 갈수록 격화될 것이며, 어느쪽이 지든 당선자를 합법적 대통령으로 수용할 것으로 보이지도 않아 '헌정 위기'에 이를 것이라고 방송은 우려했다.

LA타임스 신문도 대선 시비가 플로리다 주의회와 연방의회, 연방 대법원으로 확산될 것이라며, "이는 전면전 양상을 띨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수검표 하면 고어 이기나?=한마디로 말해 고어 역전승은 장담되기 불가능하다는 것이 미국 언론들의 분석이다. 그런데도 부시측이 연방 대법원 상고 및 주의회 개입 등에 매달리는 것은 다만 안전 장치를 마련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판단되고 있다.

CNN방송 집계에 따르면 논란표가 있는 58개 카운티 중 부시 우세 카운티의 논란표는 2만5천699표, 고어 우세 카운티의 논란표는 1만7천733표로 추정된다. 마이애미 헤럴드 신문은 자체 분석 결과 수검표 해도 결국 부시가 40~278표 차로 승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일부 학자들은 고어의 역전승 확률이 절반도 안된다고 내다봤다지역별로 보면, 논란표가 9천여표로 가장 많은 데이드 카운티 경우 고어측은 표 차에서 600표 이상 득보게 될 것이라 말하고 있다. 그러나 통계 전문가들은 이곳에서 조차 오히려 부시가 표 차를 더 벌리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하나 고어측이 기대하는 곳은 논란표 5천여표의 듀발 카운티.

그러나 그외 논란표 500표 이상의 11개 카운티(논란표 합계 2만3천여표)는 대부분 부시가 크게 이긴 곳이어서 되레 부시 몰표가 나올 가능성이 더 높다.

◇수검표에서 만약 고어가 이기면?=만약 연방 대법원도 수검표 재개를 결정하고, 또 법정 선거인단 확정일인 12일 이전에 수검표가 완료될 뿐 아니라, 득표에서까지 고어가 이기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이럴 때는 연방 의회에 고어측과 부시측 등 2개의 선거인단 명부가 제출되는 상황이 된다. 수검표에서 이길 경우 고어측은 나름의 명부를 낼 것이지만, 플로리다 주 정부는 이미 부시의 승리를 선언하고 부시측 명부를 제출해 놓은 상태일 뿐 아니라 주 의회도 이에 가세할 것이기 때문.

연방법은 이럴 경우 연방 상하원이 다음달 5일 첫 개원 때 각기 토론을 벌여 다음날 어느 후보쪽 명부를 택할지 결정토록 하고, 상하원이 하나의 명부에 합의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합의는 쉽잖을 전망이다. 하원은 공화당이 우세(221석 대 212석)하나 상원은 50대 50으로 동수이기 때문.

특히 상원은 복잡하다. 가부동수일 때는 부통령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토록 돼 있지만, 그때까지는 부통령 조차 확정돼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현재 부통령인 고어가 이를 행사한다면 부시측은 곧바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 뻔하다. 미 선거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

외신종합=박종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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