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젠 서민층도 몰락하고 있다

입력 2000-12-08 15:57:00

제1의 IMF관리체제라는 경제위기가 중산층의 몰락을 가져왔다면 제2의 경제위기는 서민층마저 몰락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은행연합회와 금융권이 조사한 신용불량자(법인포함)수는 10월말 현재 238만명으로 지난해말 보다 13만명이 늘었고 우리나라 지방법원에서 동산경매에 부쳐진 매물건수와 금액은 지난 1월 비 11월 현재는 4.35배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파산신청건수도 지난 4월까지는 월평균 8명에 불과 했으나 5월부터는 월평균 14건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특히 이중에서 두드러진 특징으로 1천만원 미만의 개인 소액파산이 늘고 있으며 지난 11월중 생활용품 등을 경매에 내놓은 개인파산자 1천875명중 25%가 몇백만원 때문에 파산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어 서민층의 몰락이 시작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증거가 되고 있다. 서민들이 느끼는 경기는 IMF경제위기 때보다 더 나쁘다는 말이 거짓이 아님을 말해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특히 그동안 그래도 지방보다는 경기가 좋았다는 서울의 경우에도 몇백만원 때문에 파산하는 가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몇백만원에 월 이자가 30~50%하는 엄청난 사채로나 소위 카드깡으로 돈을 빌렸다가 불행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니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이렇게 서민층마저 몰락한다면 그야말로 경제의 기반이 무너져 버린 것이 된다. 아무리 고소득층의 소비가 금액으로는 많다고 해도 중산층과 서민층의 몰락은 바로 경제의 중요한 한 부분인 소비의 마비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는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소비자태도지수를 봐도 알 수 있다. 올 3분기 지수는 54.8이었는데 비해 4분기 지수는 41.2로 크게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러한 불행이 이제 겨우 시작이라는 데 있다. 앞으로 계속 경기가 나빠지면 신용불량자와 파산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의 침체와 기업의 부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사회적 안정비용이 증가되고 이는 바로 기업의 경쟁력이나 경제활력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도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은 바로 기업 등 경제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의 확실한 시행뿐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충돌을 잘 조정해서 대안을 내놓은 것이 바로 정치의 몫이고 우리의 몫이기도 하다. 경제는 하루아침에 바로 좋아지는 것이 아니니 만큼 정부는 옳은 비전을 내놓아 국민을 설득시킬 수 있는 능력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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