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心 의지한 불안한 수습

입력 2000-12-08 00:00:00

7일 오전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권노갑 최고위원과 정동영 최고위원은 카메라에 둘러싸여 악수를 나눴다. 두 사람은 "당이 분열해서는 안된다"(권노갑) "충정을 알아달라"(정동영)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두 사람의 악수로 "정치적 패륜아"라는 극언까지 나온 '권노갑 퇴진론' 파문은 일단 봉합됐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의 갈등이 완전 사라졌다고 믿는 여권 인사는 거의 없다.

◇화해 아닌 화해=당 안팎에서 두사람의 '화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없다. 다만 "김심(金心.김대중 대통령) 때문에 확전을 경계할 뿐"이라는 시각이 절대적이다.

동교동계 2선 후퇴론을 계기로 민주당 역학구도는 일단 외부로 드러났다. '친권(親權)파'와 '반권(反權)파'에 386세대와 진보세력이 중심이 된 소장파가 가세하는 양상이 큰 줄기. 여기에 당정쇄신과 차기 대권 재창출을 내세운 군소 계파가 함께 하고 있다는 게 여권 인사들의 분석이다. 여권 내부에서는 "당정쇄신론과 퇴진론 이후 당권 및 대권에 대한 당내 계파간 입장 차이가 표출된 만큼 두 최고위원의 악수는 결코 화해가 아니다"고 보고 있다.

◇계속되는 여진=당 지도부의 파문 조기수습 방침에도 불구, 7일 김근태 최고위원이 다시 "현 위기를 가져다 준 당지부와 청와대, 정부관료들의 총체적 쇄신"을 거듭 촉구하며 정 최고위원 주장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은 나아가 "지금의 위기를 동교동계 만의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주요한 책임이 논의돼야 한다"고 당의 봉합시도에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앞서 권 위원을 지지하는 당직자 50여명이 정 위원을 성토하며 면담을 요구하는 소동이 빚어졌고 회의중에는 정대철 최고위원과 이해찬 정책위의장이 연내 국가보안법 개정방침을 두고 마찰을 빚다가 이 의장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등 내진(內震)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당정개편은 새로운 갈등의 시작=정치권에서는 "동교동계 2선후퇴론으로 촉발된 민주당내 갈등은 김 대통령이 당정쇄신책을 내놓을 때까지는 일단 숙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당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 탓에 어느 누구도 섣불리 확전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당정쇄신론의 파장이 어디로 튈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게 정설이다. "김 대통령의 당정쇄신 방안이 당내 모든 정파간 이해를 충족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당정쇄신이 국정 전반의 시스템 개편과 당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김심'을 이반하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당정 개편 자체가 새로운 갈등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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