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오면 압박감에 가슴이 답답하다. 마지막 달력 앞에 서면 회한 같은 바람이 불어오고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은 마음을 저미게 한다. "미안하다" "잘못됐다"고 말할 기회를 놓쳐 더욱 그렇다. 12월, 결정(結晶)의 계절이다. 얼어 붙을 정도로 찬바람이 몸을 감싸는 시점에서 본 지나간 한해의 색깔은 분명 어두운 그림자일수도 있다. 일년을 넘기는 길목에서 사람들은 한번쯤 숨고르기를 할성도 싶다.
'불꽃처럼 남김 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 스스로 선택한 어둠을 위해서 / 마지막 그 빛이 꺼질 때, / 유성처럼 소리 없이 / 이 지상에 깊이 잠든다는 것은 /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 허무를 위해 꿈이 / 찬란하게 무너져 내릴 때, /젊은 날을 쓸쓸히 돌이키는 눈이여 / 안쓰러 마라 / 생애의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 사랑은 성숙하는 것……'(12월.오세영) '…시계도 없는 / 이 간이역에서 / 발을 멈추고 돌아서 보면 / 어제는 / 항상 초라한 의상으로 / 몸을 가리운채 / 뒷 걸음질 하며 / 마른 침을 삼키며 / 따라 비틀거리다가 / 한참 후 / 다시 꽂힐 / 내 이정표에 / 뜨거운 가슴을 댄다'(12월.김근숙)
##전문직 공화국
참으로 마음을 비우고 살아갈수만 있다면 세상은 다툼이 없을 것이다. 불꽃처럼 남김 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시(詩)속에서나 가능한 일이 아닌가. 뒤돌아 본 올해는 역시 초라한 옷으로 몸을 가린 세월이다.
우리사회는 이제 '전문직 공화국'으로 칠 수밖에 없게 돼있다. 전문직 공화국, 밝음보다 그 반때쪽에 무게가 실렸다. 이 계층이 무조건 비판 받는다는 것이 아니라 둘러쳐서 하는 얘기다. 지식 집단이 똘똘 뭉쳐서 사회의 여론에는 아랑곳 없이 특정의 이익을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저렇게 할수도 있는 것이구나" 하는 감탄(?) 해본 사람들이 많은 한해가 올해다. 특히 이해(利害) 당사자들은 입만 열면 법대로 하자고 했다. 돌아서면 법은 법이로되 '너는 지키고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하겠다'였다. 협상에서 합의는 했으되 상황이 변하거나 수가 틀리면 판을 깨는 것도 일쑤여서 지식집단이 펼치는 정략(政略)행동이 사회의 피곤으로 몰고 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7일부터 파업에 들어 가려다 회사측과 극적으로 합의한 아시아나 항공 조종사들 집단 행위는 지난 10월의 대한항공 조종사들 파업과는 상황이 다르다. 대한항공 조종사는 기존노조의 노조 가입 대상 제외로 인해서 신규노조를 설립해 단체 행동을 한 것이지만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는 기존노조의 조직을 스스로 외면한 것이다. 임금인상과 관련한 협상은 애초부터 다툼의 여지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걸림돌은 노조 활동이나 노조의 합법성 인정이었다. 결국 한 사업장에 복수노조 금지라는 법을 넘어서는 초법적(超法的)인 주장을 수용하라는 요구다. 법대로의 과정을 생략하는 철저한 내 몫 챙기기로 비쳐진다. 이것저것 가릴 것이 없이 밀어붙이는 일종의 무분별한 힘의 과시다. 이런 상황의 설정이 다른 것을 얻으려는 전략차원에서 이루어 진것인지는 알 수 없으되 여론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
의약분업 갈등 주체는 의사와 약사로 볼 수 있다. 이들의 불만을 해소하는 부담은 국민들의 몫이다. 그 잘난 의약분업의 준비 등을 빼고 보면 당사자들의 '밥그릇 싸움'아닌가. 결국 의료수가를 올리게 예정돼 있고 의료 보험료도 줄줄이 인상할 수밖에 없다. 의료원가 보전 (保全)은 국민들의 주머니를 턴다는 것이어서 '피곤한 개혁'의 대표적인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교사들도 국민들이 수긍하지 못한다. 평일에 연가를 내고 시위(示威)에 나선 것은 무엇으로도 설득력이 약하다. 선생이 제자의 학습을 팽개친듯한 일을 손을 들어 박수칠 계제는 아니다.
##욕심위해 법마저 무시
전문직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는 배경은 간단하다. 희소가치를 믿는 구석때문이다. 대체인력이 없다는 점을 지렛대로 삼았다. 객적은 소리지만 노력해서 이룬 그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당연한 가치 인정의 목소리도 정상을 계속 이탈하면 돌아오는 것은 여론의 질책이다. 증오와 찬사는 가까운 거리에 존재한다. 자아를 실현한 계층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사회에 대한 책임을 더 져야한다. 욕심도 사회의 합의로 채워야 자연스러운 것이다. 사회발전은 순리(順理)의 확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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