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쇄신 파워게임 조짐

입력 2000-12-06 15:19:00

김대중 대통령이 연말쯤 당정개편을 예고한 가운데 '권노갑 최고위원 2선 후퇴론'이 불거지고 여기에 '한화갑 최고위원의 배후조종설'까지 터져나오면서 여권내 당정쇄신론이 권력투쟁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정동영 최고위원이 지난 2일 청와대 회의에서 권 최고위원의 2선 후퇴를 거론한 사실이 당 안팎에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정 최고위원은 "권 최고위원이 퇴진하지 않을 경우 과거 정권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국정을 농단한 것과 같은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식으로 동교동계 퇴진을 역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 위원이 동교동계의 다른 한 축인 한 최고위원과 가깝다는 점에서 '한화갑 배후설'이 불거지면서 '양갑(甲) 갈등'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정 위원은 즉각 "배후설, 사주설이라는 얘기는 나를 모독하는 것"이라고 발끈하면서 "누군가 배후설을 진짜 말했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주장했으나 여진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 최고위원이 5일 돌연 일본으로 출국했다. 한 최고위원측은 민단이 주최하는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 기념행사차 방문한다고 밝혔으나 '배후설' 논란을 피해 자리를 비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다.

하지만 문제는 동교동계 2선 후퇴론이 동교동계와 비동교동계뿐 아니라 초.재선 의원, 일부 최고위원 사이에게도 적지않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일회성 단타'로 그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 4일 청와대 특보단 회의에서 이재정 의원 등 초.재선 의원 11명이 동교동계 2선 후퇴를 포함한 당정쇄신안을 건의했으며 김태홍.이호웅 의원 등 초선의원 7명도 같은 내용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간헐적이었던 동교동계 2선 후퇴론이 전면으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권 최고위원의 측근인 이훈평 의원은 "2선 후퇴든 뭐든 좋지만 대안이 뭐냐"며 격한 감정을 표출했다. 그는 "'인사 전횡'에 대해 말하지만, 권 최고위원은 동교동계 맏형으로서, 당의 주문에 따라 지난 40년간 민주화운동을 하며 고생한 사람들 가운데 이번 총선에서 공천을 못받은 사람들을 챙겨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한 측근 의원도 "지도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문제되지만 권 위원이 뒤에서 밀고 있으니 이 정도라도 되는 것"이라며 "당 내분을 부추기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권 최고위원을 포함, 동교동계의 2선 후퇴론을 뒷받침할 만한 물증이 없다는 점에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 위기의 원인이 동교동계 몇몇 인사의 전횡과 독점 탓이라고 내몰 만한 증거가 신통찮다는 것이다.

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동교동계 2선 후퇴론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는 식으로 변질돼서는 안된다"면서 "문제는 당정쇄신의 일환으로 집권 여당이 어떻게 변모하느냐에 초점이 있지 특정인사를 내몰기 위한 도구로 쓰여져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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