財界 목소리 높인다

입력 2000-12-06 15:21:00

5일 경제5단체장이 만나 발표한 '현 시국에 대한 경제계 선언'은 노동계의 동계투쟁, 노동관련법 개정 등의 과정에서 재계의 요구사항이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다.

제2의 IMF 등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정부와 정치권이 인기에만 영합,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도 내포하고 있다.

회장단 회의에 예정에 없던 부회장들이 갑작스레 배석한 것도 '성명'이나 '입장'수준인 재계의 목소리에 무게를 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회장단이 이날 낮 12시30분으로 잡혀있던 발표 예정시간을 한시간 이상 넘기고 식사도 걸러가며 재계와 경영계의 위기를 심도있게 논의했다는 사실은 현재의 경제상황에 대한 재계의 '답답한 심정'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회장단은 선언에서도 전에 없던 강경한 문구를 사용하며 정부와 대통령, 정치권에 섭섭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정부에 대해서는 '정부는 밀면 밀린다', '상황을 방치하면 국가 통제기능이 위태로워질 것', '또다른 경제위기를 자초하게 될 것', '이면합의와 같은 심각한 도덕적 해이는 진정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 등의 표현을 썼다.

회장단은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인권이라는 대통령의 통치철학이 사회 각층의 집단이기주의에 의해 왜곡.악용되고 있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깝다"며 대통령에게도 간접적으로 서운함을 표시하며 "경제회생을 최우선 국정목표로 삼아달라"고 촉구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를 "외치(外治)도 중요하지만 내치(內治)에 더욱 신경써 달라는 완곡한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정치권에 대해서는 더 강경한 어조로 '눈치보기나 근시안적 인기 영합주의에 기우는 우리 정치행태', '소모적 정쟁으로 경제회생의 걸림돌', '냉정한 현실판단과 장기적 안목에서 입법활동에 주력해줄 것', '목소리 큰 일부 이해집단의 주장이 민의인가'라며 화살을 날렸다.

재계는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 노동관계법 개정 논의를 한시적으로 중단해야한다'고 촉구하는 등 '제 목소리 내기'도 잊지 않았다.

조남홍 경총 부회장은 "이 어려운 시기에 기업의 경쟁력과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저해하는 어떤 법 개정에도 반대한다"며 "특히 산전.후 휴가 확대 등 모성보호와 비정규직 보호,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 등이 입법 단계에 있으나 재계의 우려와 요구는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부회장은 특히 "회장단이 2주내 다시 회동, 구체적 요구사항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해 재계의 입장 표명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한편 이같은 재계 입장에 대해 노동계는 한마디로 '적반하장'이라는 반응이다.민주노총 손낙구 교육선전실장은 "경제위기의 가장 큰 책임이 재벌과 재계에 있음에도 먼저 뼈를 깎는 고통을 분담하지 못할 망정 노동자와 국민에게 책임을 넘기려는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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