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11시쯤 중구 동인동 한 병원에 50대 걸인 한명이 찾아오자 간호사는 얼른 500원짜리 동전 하나를 쥐어줬다. 이모(26)간호사는 "하루에도 몇명씩 찾아와 구걸을 하는 바람에 동전을 항상 준비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교동시장 부근 한 옷가게. 술냄새를 풍기는 40대초반 남자가 찾아와 계속 서성거리자 주인이 500원짜리 동전 한 개를 건넸으나 이 남자는 "누굴 거지로 아느냐"고 동전을 내동댕이쳤고 1천원을 받아 쥐고서야 사라졌다.
일부 노숙자들이 대구 중심가 점포, 병원, 사무실 등을 돌며 갖은 떼를 쓰며 구걸하는 통에 업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내 점포 주인들에 따르면 경제사정이 나빠지면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찾아드는 걸인이 적게는 3, 4명 많게는 10명 가량'담뱃값이나 주세요'하며 하소연하는 '읍소형', 가게에 들어서면서 큰소리부터 치는 '위협형', 노인이나 장애인행세를 하는 '연기파형', 돈을 주지 않으면 행패를 부리는 '폭력형' 등으로 다양하다.
한 상점주인은 "다리를 절며 들어온 사람이 문을 나서면 멀쩡하게 걸어가는가 하면 휴대폰까지 가진 40대 정장차림의 남자가 '실직했다'며 돈을 구걸하러 오기도 한다"면서 "한 명이 여러번 찾아오는 경우도 있어 수첩에 적어가며 돈을 준다"고 말했다.
중구 모 여행사 직원 정모(22)씨는 "웬 할머니가 찾아와 아기가 아프니 돈을 보태달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노인분장을 한 젊은 여성이었고 아기도 인형이었다"며 '엽기적'인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이들 '전문' 걸인들은 매일 수십개의 점포를 돌며 평균 2, 3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걸인은 "구걸에 한번 맛을 들인 사람들은 다른 일을 하기 어렵다"면서 "주위에 쏠쏠한 수입을 올리는 이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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