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이산가족이 만나는 잔칫날을 하루 앞두고 이를 주관해야 하는 대한적십자 총재가 일본으로 떠나는 사태를 보는 심정은 착잡하다. 관계자들의 설명도 구차스럽기 그지 없다. 적십자측은 "장충식 총재가 서울을 비우면 행사가 잘 치러질 것으로 판단해 본인 스스로 일본행을 결정했다"고 설명은 하고 잇다. 우리의 판단은 월간지 인터뷰를 문제삼은 북측이 한적 총재의 사과와 교체를 주장해온 것 등을 미루어 보아 북측의 요구를 수용한 조치라는 결론을 내린다.
한적총재 사태와 관련해 우리는 정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초 월간지 인터뷰가 문제로 떠올랐다면 북쪽의 반발을 잠재우는 설득 노력을 계속 했어야 했고 치밀한 대비책이 있어야 했다. 적절하게 대응도 하지 못한채 한적총재가 일본으로 떠나는 볼썽 사나운 일이 일어난 것은 누가 무어라해도 국민들이 수긍을 하지 못하는 사태다. 남쪽 인사의 발언을 문제삼고 심지어 교체까지 요구하는 데도 적절한 조치없이 북쪽의 요구에 끌려다니는 것은 지금까지 숱하게 거론돼온 대북 저자세에 다름 아니다. 한나라당의 "장 총재의 출국은 정부에 의한 반강제적인 방출로 국가의 자존심을 팽개친 대북 저자세의 극치"라는 비판이 국민들에게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북쪽의 주장이 무리라는 판단이면 이산가족상봉이 조금 지연된다고 해도 한적 총재의 행사주관 등 우리의 주장을 끝까지 관철시켜야 했다.
북쪽의 태도가 문제다. 인터뷰 기사가 게재된 월간지가 발행된 후 한달이 지나서야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일종의 계획된 수순으로 볼 수밖에 없다. 특히 한적총재가 사과했는데도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은 완전항복내지는 총재 교체를 관철하려는 강공책이다. 백번양보해서 장충식 총재의 발언이 공인으로서 적절치 못했다고 해도 이산가족 상봉을 볼모로 삼는 듯한 문제제기는 떳떳하지 못한 태도다. 현재까지 북한이 대한민국과 협상하는 태도를 보면 밀어붙이기식이라는 점을 기억한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부족하면 결국 북한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를 계기로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체계 등 조정의틀을 새롭게 짜야 한다. 확실한 원칙을 세우되 원칙에 따라 추진해야 국민들의 의구심이 해소된다. 미적거려서는 안된다. 밝힐 것은 밝히는 투명성이 있어야 불신이 사라진다.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가. 북한과의 관계가 복잡하고 미묘하다고 해도 우리의 원칙과 주장은 일관되게 유지해야 한다. 그때그때 편법이 거듭된다면 우리의 꼴이 우습게 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제대로 된 남북관계, 국민들의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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