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직원 '검은 유착'법원경매 법이 없었다

입력 2000-12-01 14:09:00

경제난으로 빚더미에 올라앉아 법원에 재산을 압류당해 경매에 넘어가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는 속에 법원 경매업무 직원과 브로커들이 결탁해 서민들을 울리고 있다.

대구지법의 경우 경매 브로커들이 법원 소속 집행관사무소 직원들과 짜고, △ 경매공고 안하기 △ 경매정보 흘리기 △ 경매 공고 떼가기 등을 동원해 단독 입찰하는 수법으로 유체동산(가재도구 따위)을 헐값에 사들여 원주인에게 비싸게 되파는 짓을 해온 것으로 검찰수사에서 드러났다.

이들은 또한 가재도구를 압류당한 원주인이 경매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거나 협박까지 하기도 했다는 것이 검찰의 발표다.

특히 대구지법 소속 외근 집행관사무원 9명 전원은 경매 브로커 수십명으로부터 수시로 뇌물을 받아왔으며, 브로커들과 친목계까지 하면서 공생관계를 맺고 단독 입찰 및 저가 낙찰을 도와온 것으로 밝혀졌다.

대구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길태기)는 1일 유체동산 경매와 명도집행을 하면서 저가에 경락을 받거나 집행비용을 늘리기 위해 집행관사무소 사무원들에게 금품을 주고 경매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경매브로커와 사무소직원 등 23명을 적발, 이중 사무소직원 2명을 포함, 8명을 구속기소하고 15명을 불구속기소 및 약식 처분했다검찰수사 결과 경매브로커들은 입찰에 참가하려는 일반인들이 경매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경락받은 동산을 고가에 되사도록 협박하는가 하면 집행관사무소에 게시한 공고를 떼어가 단독입찰 하는 등 경매질서를 어지럽혀 거액의 전매차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매브로커들은 또 이 과정에서 집행관사무소 사무원들에게 수시로 금품을 제공했으며 입찰정보를 감춰 단독입찰하는 속칭 잠수사건의 경우 경락가의 10~20%, 명도용역집행의 경우 노무비용의 10%씩 뇌물 비율까지 정해 금품을 주고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검은 유착으로 한 채무자는 압류당한 에어컨 등이 157만원에 경락된 것을 370만원에 되샀으며, 또다른 채무자는 3천300만원에 경락된 온천탕을 1억원에 되사도록 협박당해 4천만원에 사는 피해를 입었다.

이런 가운데 경매집행관사무소를 관리할 책임이 있는 법원은 이들의 검은 유착관계를 몰랐다고 밝혀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또한 법원은 20만원의 뇌물을 제공한 경매브로커는 구속하면서 450만~1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집행관사무소 사무원 3명의 영장을 기각해 제식구 봐주기 논란을 빚고 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구속자

△이승학(34·집행관 사무원) △김성욱(39· 〃 )

◇불구속

△이홍준(42) 등 7명

◇구속기소

△이재구(38·경매브로커) △이진태(31· 〃 ) △오상걸(34· 〃 ) △김상무(26·〃 ) △이홍우(31· 〃 ) △최장현(3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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