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처리 왜 늦어지나

입력 2000-12-01 14:44:00

여야는 40조원 규모의 추가 공적자금 처리 시한인 30일 재경위 소위와 양당 의총, 총무회담을 수차례 열고 마라톤 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이견을 좁히는데 실패, 국회통과를 뒤로 미뤘다. 공적자금 관리위의 소속을 비롯 공적자금 국정조사 특위위원장의 배정, 국정조사의 범위에서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공적자금 동의안과 법안은 여야가 전날 일괄 처리키로 잠정 합의, 이변이 없는 한 타결이 유력시 됐지만 한나라당 재경위 간사인 안택수 의원이 '6가지 조건'을 제시하는 바람에 난항을 겪었다.

한나라당은 우선 공적자금 관련법을 일반법 형태가 아닌 특별법으로 하는 대신 공적자금관리위를 재경위 산하에 두기로 한 전날 방침을 번복, 대통령 직속기구로 할 것을 주장했다. 또 공적자금 국정조사 특위위원장도 한나라당이 맡아야 한다고 요구, 논란을 빚었다. 안 의원은 "관리위가 독립 기능을 갖기 위해서는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돼야 하며 특위위원장은 국회 재경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나라당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민주당은 정치공세의 장이 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공적자금 국정조사 범위와 관련해서도 한나라당은 "110조원 모두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예금보험공사 등 국책은행 투입분이나 공공차관으로 투입한 공공자금 27조에 대해서는 국정조사를 할 수 없다"고 맞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민주당은"처리시한을 넘기지 않겠다던 한나라당이 당 3역회의 이후 입장이 달라졌다"며 "이는 국회일정을 순연시켜 정기국회가 끝난 뒤 임시국회를 다시 열고자 하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박병석 대변인은 "오늘 통과시키지 못하면 공공노조를 설득할 수 없고 증시도 폭락할 것"이라며 처리를 독촉했으나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최대쟁점이었던 40조원의 일괄처리는 민주당이 감사원에 대한 공적자금 감사권 부여와 예보의 차입금 선집행 금지를 수용하는 조건을 제시, 쉽게 타결됐다.공적자금 동의안의 처리 시한을 넘긴 이유를 놓고 정가에서는 "재경위원장에게 조속한 합의 처리를 지시했던 이회창 총재가 김만제·박종근·이한구·안택수 의원 등을 중심으로 당내 반발이 거세지자 입장을 선회한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여당 일각에서는 "체포동의안이 이미 제출된 정인봉 의원을 보호하기 위해 한나라당이 국회 지연술을 쓰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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