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학년도 대입제도 문제점

입력 2000-11-30 12:01:00

지난 98년 10월 대입제도 개선안이 발표된 이후 2년만에 2002학년도 대입 전형 계획이 확정, 발표됐다. 교육부는 종전의 수능성적순에 따른 줄세우기식 전형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다양한 소질과 적성을 반영하는 제도라고 자평하지만, 수능성적의 중요성이 그대로 살아 있어 근본적인 변화 없이 외형만 치장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고교 학사관리 혼란, 추천서 공정성 시비, 학생부 석차 활용, 대학들의 편법 구술고사와 이에 따른 신종 과외 등장 가능성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교육현장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수능등급제=총점 대신 등급과 영역별 점수만 제공함으로써 과열입시를 막겠다는 교육부의 발상은 현실과 한참 동떨어진 것이다. 영역별 원점수와 영역별 변환표준점수를 합산하면 총점은 간단히 알 수 있다. 총점을 활용하지 않더라도 대학들은 다단계 전형에서 영역별 점수와 등급을 활용하기 때문에 수능성적의 중요성은 변함이 없다. 오히려 1점 차이로 등급이 떨어져 원하는 대학에 지원조차 못하게 되는 수많은 학생들의 불만을 어떻게 달랠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소수점 이하를 사사오입함에 따라 엄청나게 발생할 동점자 처리를 어떻게 할지도 문제다.

■내신성적=2002학년도부터 학생부 활용방법은 대학에 완전히 맡겨졌다. 절대평가에 따른 평어를 활용하든 과목별.계열별 석차를 활용하든 대학 자유다. 그러나 전국 상당수 고교에서 내신성적을 잘 주기 위해 성적 부풀리기가 이뤄져온 사실을 잘 아는 대학들이 평어(수.우.미.양.가)를 활용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과목별 석차가 내신성적의 기준이 된다면 특기.적성교육이라는 허울에 매달려 무턱대고 놀아온 고교 1, 2학년생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된다.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 고교 1년때부터 학교 시험에 온 신경을 쏟아야 하는 다급한 상황이 된 것이다.

■구술고사=교육부는 대학별 고사를 금지하고 논술과 면접만 전형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수능시험의 변별력이 떨어지고 내신성적의 신뢰도까지 떨어진 마당에 대학들이 심층면접에 중점을 두는 것은 당연하다. 상당수 대학들은 면접이 사실상 구술고사 수준이 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이는 '입으로 치르는' 지필고사로 변질될 수밖에 없음을 대학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실제 올해 서울대, 고려대 등의 수시모집 심층면접은 주어진 문제를 풀고 이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포항공대는 2002학년도 구술고사에서 필수인 수학 60%, 물리.화학.생물중 1개 선택과목을 40% 반영한다고 밝혔다.

고교 관계자들은 "대학별 구술고사 방법을 미리 알 수 없어 고교 차원의 대비책이라곤 발표력 키우기 정도가 고작"이라며 "정보가 부족한 지방학생들이 불리해지고 이를 노린 과외가 극성을 부릴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 혼란=교육부는 고교 수업 정상화를 위해 당초 내년 3월부터 실시키로 했던 수시모집을 5월로 늦추고 1학기 수시모집 비율을 정원의 10% 이내로 제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5월에 수시모집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1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지원할 대학과 학과를 결정해야 한다는 게 고교 교사들의 예측. 10% 이내라고 하지만 지원하는 학생은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므로 고31학기초부터 교실마다 입시 분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2학기가 되면 대학별 수시모집이 계속돼 혼란은 더해지고 합격.불합격에 따른 희비 교차, 합격생 학사 관리 등에도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고교 등급제=2002학년도에도 고교별 학력격차 문제에 대한 고려는 없다. 그러나 평준화.비평준화, 특수목적고.일반계고 사이의 학력격차는 엄연히 존재하고 대학들도 변별방법을 짜내느라 골몰하고 있다. 실제 서울의 주요 대학들이 입학생들의 출신고교와 입학 후 수학능력 등을 분석해 특차모집에 활용하고 있다는 소문은 교육계에서 신빙성을 얻고 있다. 교육부는 고교등급제를 금지하면서도 고교의 특성과 교육과정, 교육활동 등을 고려해 내부 전형자료로 활용하는 것은 대학자율에 맡긴다는 어중간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특목고 학생들의 자퇴행렬이 멈춘 것도 2002학년도에는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에서 대학들이 어떻게든 배려해주지 않겠느냐는 기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재수생 불리=2002학년도에 재수생이나 검정고시생을 어떻게 배려할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학생부 적용기준이 없고 고교 재학생과 비교해 학생부 표기방식, 성적처리 기준 등이 달라 불이익도 예상된다. 검정고시생은 봉사활동이나 경시대회 수상 등이 불가능하다. 출신고 교장이나 교사, 학원강사 등도 추천할 수 있다고 하지만 재학생들에 비해 후한 점수를 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학들 가운데 재수생, 검정고시생에 대한 전형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곳도 많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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