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노조 전면파업 다시 유보,불씨는 여전히 남았다

입력 2000-11-30 12:33:00

한국전력 노조가 다음달 3일까지 회사측과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관련해 추가 조정기간을 갖기로 합의, 극한 대립은 일단 피했으나 여전히 파업의 불씨는 남아있다.

30일 오전 8시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던 한전 노조는 29일 자정까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한국전력공사 노동쟁의특별조정위원회'를 통해 회사 및 정부측과 마라톤 협상을 벌인 끝에 지난 24일에 이어 2차 파업 유보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한전은 전직원 철야대기를 위해 내렸던 적색비상근무령을 29일 자정부터 해제했으며, 조합원들도 30일 오전 정상 출근해 근무에 들어갔다.

한전 노조는 회사측과 12월 3일까지 현안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고 정부는 이를 적극 지원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노조는 3일까지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이후 파업돌입 여부는 30일 중 결정키로 했다. 그러나 2차례에 걸쳐 전면 파업을 유보, 내부 강성 조합원들의 불만을 부담으로 안게 됐으며 이후 파업 여부도 불투명하게 됐다.

실제로 파업을 앞두고 노조 집행부는 상당한 고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 돌입시 비난 여론이 급등한다는 점과 조합원의 파업 참여 여부, 강성 조합원들의 일탈행동에 대한 우려 등이 2차에 걸친 파업 유보 결정에 크게 작용했다는 것.

그럼에도 한전 민영화과 분할매각에 대한 노사간 견해차가 워낙 커 3일까지 조정은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연대 투쟁이 예정돼 있으며, 조합원 내부의 불만이 증폭될 가능성도 있어 파업돌입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한전노조 대구지부 이정대 위원장은 "2차에 걸친 파업 유보 결정 때문에 조합원들이 상당히 동요하고 있다"며 "3일까지 본사 노조 집행부의 행보에 따라 조합원들의 파업 참여 정도가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전력산업 구조개편 '진통'

94년부터 추진되던 한국전력의 분할매각과 민영화를 주요 골자로 한 '전력산업 구조개편 촉진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법률안이 다음달 4일 국회를 통과하면 한전은 원자력발전소를 제외한 5개 자회사로 분할되고 각 자회사들은 국내외 민간자본에 매각 절차를 밟게된다.

분할 작업은 산업자원부의 방침대로 내년부터 즉각 시행될 전망이다. 그러나 민영화까지 가는 과정에선 적잖은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발전 자회사의 덩치가 워낙 크다는 점. 자회사는 개당 자산 규모가 약 3조2천억원으로 5개사를 합치면 총 16조원에 이르는 거대기업이다.

국내에선 재벌기업을 제외하면 현실적으로 매입대상을 찾기 어려운데다 매입후 되팔기와 같은 '장난'을 치지 않을 검증된 외국자본을 찾아내기도 힘들 전망이다.

1~2년에 걸쳐 진통을 겪는 매각 협상을 통해 1개 자회사를 우선 민영화시키고 이후 자회사는 선례에 따라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한전이 분할매각과 민영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독과점에 따른 비효율성이 워낙 커 민영화를 통한 경쟁체제를 도입이 절실하다는 점이다.

또 현재 안고 있는 부채가 34조원에 이르는데다 향후 발전소 증설에 따른 설비 투자비용이 2015년까지 67조여원 정도 소요될 전망이어서 현 체제로는 이같은 자금을 도저히 댈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노조측은 민영화 과정에서 국내에 인수할 기업이 없기 때문에 결국 해외자본에 매각해야 하며 이는 국부유출로 귀결되기 때문에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민간자본이 장기 전력수급계획에 따른 발전설비 증설 등의 투자 대신 단기 이익 맞추기에 급급해 안정적인 전기공급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최근 발표한 자료를 통해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경쟁의 도입이 아니라 해외 독점자본이나 재벌의 참여를 유도, 비효율적 담합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를 비롯, 전문가와 시민단체, 금융기관, 노조가 함께 경영과 소유에 참여하는 체제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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