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위기 타개책 내놓아야 한다

입력 2000-11-30 00:00:00

현재의 우리나라 위기는 경제위기에 그치지 않고 정치.사회 전반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도 여권은 이에 대한 종합적인 타개책은 내놓지 않고 있어 국민은 불안하기 그지없다.

그동안 국민의 정부를 보면서 현실인식에서 국민과 너무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옷로비 사건은 이제 예(例)에 들지도 못할 정도다. 지금의 경제위기 상황만 해도 그렇다. 모든 국민은 위기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여권은 위기가 아니라고 했었다. 그러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이제야 겨우 위기임을 인정했다. 그나마 대통령은 아직도 위기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타개책인들 때맞춰 나올 리가 없다. IMF경제위기 전 한보나 기아사태에서 보듯 위기에는 정말 타이밍이 중요한데도 말이다. 아직도 여권은 대통령의 현실인식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여당의 중진의원은 "대통령에게 가는 언로가 막혀 있는 것 같다. 직간(直諫)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고 민주당총재특보단장도 "국정 전반의 난맥상 등 모든 현안을 보고할 것"이라고 약속하고 있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도 정상회담에서 느낀 것은 대통령이 경제위기를 모르는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비서실장은 "대통령은 현실을 바로 파악하고 있다. 시국에 대해 보는 시각도 야당과 같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위기타개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인가. 지금까지 나온 사정(司正)이나 여당지도부개편, 그리고 영수회담이 고작이라면 이는 국민을 안심시킬만한 타개책이라고 할 수 없다. 사정은 누가 누구를 사정하겠다는거냐 하는 국민적 비아냥이 거세고 지도부개편이나 영수회담에는 전례를 보아 기대를 아예 걸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정이라면 YS시절 대통령의 아들도 구속하던 그 기개가 없이는 어느 국민도 믿지 않을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 시절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 때도 주위에서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이런 불행이 반복되고 있다는 말인가. 대통령은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현실인식이 주위 때문에 잘못되었다면 이 역시 대통령의 책임이다. 의사결정 과정이 잘못되었다면 이 역시 대통령의 책임이다. 그리고 '막힌 언로'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닌데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말인가. 사리가 이러하니 이제 변명이나 책임타령은 그만하고 당장 시급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친 광범위하고도 국민에 희망을 주는 타개책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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