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스트 신인철씨 비자금

입력 2000-11-28 00:00:00

MCI코리아 대표 진승현(27)씨의 잠적으로 진씨 비자금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진씨의 로비스트로 활동한 신인철(59) 전한스종금 사장의 비자금 내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이 지금까지 확인한 신씨의 비자금 총액은 45억여원에 달한다. 구체적인 비자금 내역은 △올 4월 한스종금 인수당시 진씨로부터 받은 23억원과 △98년 4월~99년 7월 민병태 전 아세아종금 사장, 강태영 한스종금 부사장 등과 짜고 옛 아세아종금이 갖고 있던 한솔PCS.LG텔레콤 주식 52만주를 매매하면서 이중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채권 매각서류를 조작해 이자수익을 챙기는 수법으로 빼돌린 13억원 △올 3월 한스종금 주식매매시 발생한 차익금을 횡령한 9억5천만원 등으로 구분된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이중 진씨로부터 받은 리베이트 23억원은 신씨가 개인 채무변제에 19억6천만원을 사용한 사실을 신씨 진술과 계좌추적을 통해 확인했으며 나머지 3억여원도 신씨가 개인 유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23억원중 일부가 로비자금으로 흘러들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 검찰은 오히려 신씨와 아세아종금 전.현 임원들이 한스종금 인수이전에 조성한 22억여원에 주목하고 있다.

신씨가 작성한 로비장부와 신씨 밑에서 비자금 관리를 맡은 것으로 알려진 한스종금 권모 이사가 만든 비밀장부에 22억원중 실제 살포된 로비자금의 내역이 기재돼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22억원 중 4천950만원이 김영재 금감원 부원장보에게, 1천500만~5천만원씩 1억여원이 한국토지공사.담배인삼공사.정통부 유관기관.국민은행 간부등 4명에게 뿌려진 사실을 관련진술과 계좌추적을 통해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검찰은 나머지 20여억원도 금감원 등에 로비자금으로 살포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올초까지 옛 아세아종금이 동일인 여신한도 379억원을 초과해 1천400억원을 불법대출받았고, 증권사 전환을 적극 추진했던 점에 비춰 불법대출 무마 등을 위해 금감원에 조직적인 로비를 벌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특히 아세아종금 대주주로 해외체류중인 대한방직 전회장 설원식씨가 신씨의 비자금 조성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신씨 비자금이 진씨의 비자금으로 직접 연결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신씨가 올 3월 진씨를 만나기전 이미 비자금 22억여원을 조성했고, 한스종금 인수이후 진씨가 신씨에게 추가로 제공한 자금흐름이 포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검찰은 진씨가 신씨와는 별도로 MCI코리아에 독자적인 자금관리 조직을 운영하면서 비자금을 관리해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진씨는 열린금고에서 1천15억원을 대출받은 것을 비롯 △한스종금 430억원 △리젠트증권 280억원 △리젠트종금 600억원 등 총 2천300여억원을 대출받았으나 현재 700억~800억원 상당의 자금이 용처가 불분명한 점에 비춰 신씨 비자금보다는 훨씬 규모가 큰 비자금 계좌를 운용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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