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黨쇄신론' 내홍

입력 2000-11-27 14:39:00

한나라당이 조건없는 국회등원 방침을 세우자 민주당이 당정쇄신론으로 화답했다. 민주당 서영훈 대표는 26일 파행국회가 봉합된 후 이례적으로 "당직 개편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개편가능성을 언급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귀국과 국회정상화를 앞둔 미묘한 시점에서 터져나온 서 대표의 발언을 두고 당 주변에서는 당정개편은 시기와 방향만 남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서 대표는 이날 "바뀌긴 바뀔 것"이라며 "(그 시기는) 당 총재인 대통령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당직개편이 임박해 있음을 내비췄다. 그러나 정부개편에 대해 서 대표는 "정부개편 얘기는 있지만 지금 사람을 바꿔 달라질 것이 뭐 있느냐"고 말해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 아직 내부조율이 끝나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사실 당 안팎에서는 개편론을 둘러싸고 시기상조와 조기개편 주장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서 최근에는 개편방향을 두고 이견이 속출하고 있는 상태다. "선출직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맡아야 한다"는 실세대표론과 "과거 야당식 스타일을 탈피해야 한다"는 동교동계 2선 후퇴론을 두고 최고위원은 물론 당내 중진과 소장파 의원간의 견해차가 크게 노출되고 있다.

개편주장의 한 축인 '실세 대표론'의 배경에는 '정치를 잘 모르는 서 대표'를 어떤 식으로든 바꿔야 한다는 당내 정서가 깔려 있다. 여당의 잇단 강공드라이브 전략이 실패로 돌아감에 따라 파행국회 이후 야당과의 주도권 싸움에서 당을 이끌 '실세'가 대표직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실세는 자연 동교동계를 지칭하는 셈인데 산적한 현안을 두고 대야 투쟁에 경험이 많은 동교동계 실세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에 대한 반발도 만만찮다. 중진과 초.재선 중심의 소장파 의원들은 "동교동계 충성파를 중심으로 당을 운영하는 투쟁일변도의 시스템으로는 안된다"면서 전면적인 개편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동교동계의 2선 퇴진론까지 제시하며 "권노갑.한화갑 최고위원을 제외하고는 동교동계가 당과 청와대에서 모두 빠져나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당내 관계자는 "동교동계가 사심없이 일하고 있지만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걸림돌이 된다면 기꺼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은 상태. 당내 실세인 동교동계를 전면에 부상시킬 경우 호남출신이라는 비판이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지만 동교동계 2선 퇴진 주장 역시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현실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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