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개최 늦어질듯

입력 2000-11-27 12:02:00

이번 주말로 예상되던 여야 영수회담 개최시기가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26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상 수상을 위해 출국하는 내달 8일 이전에는 영수회담을 할 생각이 없다"고 밝히자 민주당 서영훈 대표도 "지금 만나봐야 합의할게 뭐가 있겠는가"라고 조기개최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앞서 이 총재가 조건없는 국회 등원을 선언하자마자 조기 개최론이 여권 쪽에서 흘러나왔다는 점에서 상황 변화는 한나라당에서 비롯되고 있는 셈이다. 상대적으로 여권 에서 몸이 다는 국면이다.

한나라당으로선 현재와 같은 우세 정국을 당분간 계속 유지해 나가겠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다. 이 총재가 "이제부턴 각종 현안들을 영수회담이 아니라 국회 안에서 풀어야 한다"고 밝힌 점도 원내 투쟁을 통해 정국 주도권을 장악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추가 공적자금 동의안이나 각종 민생.개혁 법안, 새해 예산안은 물론 동방금고사건 국정조사 등 정치적 쟁점들이 대여 호재로 작용할 여지가 적지 않다. 결국 영수회담에 섣불리 합의, 각종 현안들을 절충해 버림으로써 향후 정국운영과 관련, 여권 측에 유리한 모양새만 갖춰주는 꼴이 되는 것을 우려했을 수 있다.

또한 당내 강경파도 의식한 전략일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 사과 등 각종 요구조건을 철회하면서 등원을 전격적으로 선언한 데 대해 이들로 부터 반발이 일고 있는 데 영수 회담까지 조기에 개최할 경우 이 총재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했을 법하다.

원내 투쟁을 통해 정국 주도권을 한껏 과시하는 동시에 당내 결속을 강화한 뒤에야 영수회담 문제를 논의해 보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밖에도 김 대통령이 출국 직전 이 총재와의 전화를 통해 "국회 정상화에 힘써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격적인 국회 등원과 관련, 이 총재의 결단이란 측면보다는 DJ의 당부가 주효한 것으로 비쳐지는 데 대한 불쾌감도 작용했을 수 있다.

결국 영수회담은 적어도 노벨상 수상 이후에나 이뤄지게 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그 이전에는 여야간에 쟁점 현안들을 둘러싸고 팽팽한 힘겨루기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서봉대기자 jiny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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