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위기에 내몰리는 서민들,전화.전기요금 낼 돈도 없다

입력 2000-11-27 12:33:00

경기불황.실직여파로 생활자금과 카드대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이를 갚지못해 신용불량자로 내몰리는 사례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심지어 단 돈 몇 만원이 없어 전화요금.전기료까지 밀리는 서민들이 속출하고 있다.

'1년전 회사가 부도나 직장을 잃은 최모(36.경산시)씨. 친구 빚보증때문에 모은 돈 2천만원을 날리고 직장다닐 때 빌린 가계대출과 카드대출금 2천여만원으로 근근이 생활해왔다.

하지만 빌린 돈은 갈수록 줄어들고, 대출금을 갚을 길은 더더구나 없어 결국 금융기관으로부터 신용불량거래자로 찍혔다.

지난달부터는 한 달에 5만원도 안되는 전화.전기요금을 못내고 있다. 현재 최씨는 법원에 개인파산 신청을 심각하게 고려중이다.'

대구은행의 신용카드 연체액이 지난해말 75억원에서 10월 현재 129억원으로 크게 늘었고 가계대출도 연체계좌 수가 지난 9월 183계좌에서 한 달만에 295계좌로 60%, 112계좌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관계자는 "실직, 월급감소 등으로 가계소득이 줄면서 서민들의 대출금 연체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아백화점은 올해 3회이상 카드대금을 연체, 신용거래불량자로 분류된 고객이 지난해보다 20%이상 늘어났다.

특히 1~10월까지 신용거래불량자가 70명선을 유지해왔으나 이달들어 갑작스런 경기악화 여파로 10명이 새로 신용거래불량자로 분류됐다. 전화 및 전기요금을 못내는 서민들도 적잖다.

한국통신 대구본부에 따르면 8월말 현재 전화요금 미수납액(누계)이 350여억원에 달한다. 한국통신은 "지난 98년이후 조금씩 줄어들던 전화요금 미수납액이 올 하반기들어 증가하기 시작, 경기가 급속히 악화된 9월이후부터는 전화요금 미수납액이 크게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또 한국전력 대구지사의 경우 전기요금 미납가구가 10월말 현재 9만2천가구에 달하며 미납액은 82억원으로 한 달전 60억원에 비해 22억원이 늘었다. 특히 올들어서만 1천여가구가 적게는 몇 천원의 전기요금을 낼 돈이 없어 연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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