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계 로비 꼬리문 의혹

입력 2000-11-25 14:50:00

열린금고에서 377억원을 불법대출받은 벤처 대주주인 진승현(27) MCI코리아 부회장이 한스종금(옛 아세아종금) 인수 과정에서 거액의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검찰수사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진씨가 로비스트로 끌어들인 한스종금 사장 신인철(구속)씨가 금감원과 정.관계 등에 만만찮은 인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데다 진씨를 둘러싸고 '100억대 로비자금 유포설' 등이 제기되고 있어 수사진척에 따라 정.관계 로비의혹 사건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은 진씨의 비자금 조성 혐의 외에 △스위스 은행 컨소시엄의 외자유치와 이면계약에 따른 종금사 인수 사기여부 △대유리젠트 증권 주가조작 혐의 △열린금고 불법대출 혐의 등을 잇따라 조사할 방침이어서 전씨에 대한 전방위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비자금 조성 및 정관계 로비의혹=검찰은 진씨가 아세아종금 상임감사 겸 대외로비스트로 끌어들인 전직 증권사 간부 출신 신인철씨에게 20억원의 비자금을 제공한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자금의 성격은 아직 불분명하다.

신씨는 검찰에서 "한스종금 인수에 따른 커미션으로 받은 것일 뿐 로비자금이 아니다"고 진술했고, 반면 진씨는 변호인을 통해 "신씨에게 인수자금으로 20억원을 제공했는데 배달사고를 일으켰다"고 주장하는 등 양측 진술이 엇갈리기 때문이다.검찰은 자금추적 결과 20억원의 용처를 상당부분 확인했으나 신씨 개인채무 변제에 쓰였을 뿐 로비자금으로 사용된 흔적은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의 자금사용 내역 중에는 모 정치권 인사에게 채무변제를 한 부분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진씨가 한스종금을 인수한 후 경영을 정상화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던 점과 한스종금의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들쭉날쭉했던 점 등은 로비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조작이나 종금사 인수와 관련된 각종 인.허가및 규제통과 등의 편의를 위해 로비자금이 쓰였을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증권가 주변에서는 진씨가 1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 정치권 유력인사에게 80억원의 뭉칫돈을 제공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검찰은 진씨의 비자금 조성경위와 신씨에게 제공한 명목, 20억원 외에 별도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등을 집중 조사중이다.

◇한스종금 인수 사기행각 여부=진씨는 지난 4월19일 아세아종금 대주주인 대한방직 설모씨 부자와 스위스계 6개 은행 컨소시엄 SPBC로부터 3천만달러의 외자를유치하는 조건으로 종금 인수계약을 체결, 주식 870만주(28.6% 지분)를 단돈 10달러에 사들였다.

그러나 이 계약은 진씨가 아세아종금을 인수해 '한국-스위스'합작을 뜻하는 한스종금으로 개칭한 뒤 유상증자 약속기한까지 SPBC측이 단 1달러의 외자도 지원하지 않아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이를 놓고 진씨와 설씨 부자가 짜고 유령회사를 내세워 '외자유치 사기극'을 벌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검찰은 진씨와 설씨 부자가 동일인 여신한도를 초과해 대출받은 1천800여억원의 상환을 유예해주는 조건의 이면계약을 맺고 실체가 없는 SPBC라는 유령 컨소시엄을 내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관련, 금감원은 스위스계 은행에 한스종금 인수 참여여부를 사실조회했으나 사실무근이라는 회신을 받았다.

또 진씨는 자신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MCI코리아를 외자유치 중개사로 내세워 지난 5월 증자 담보용으로 330억원을 한스종금에 예치했으나 두달후 MCI자회사인 현대창투의 대출금과 상계 처리, 사기의혹을 짙게하고 있다.

◇대유리젠트 증권 주가조작=금감원은 지난달 25일 대유리젠트증권 고모 사장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진씨는 지난해 10월 고씨와 함께 영국계 리젠트퍼시픽 그룹의 자금을 끌어들여 대유리젠트증권의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시세조종으로 수백억원대 차익을 챙긴 뒤 리젠트종금, 리젠트화재(옛 해동화재) 등 4개사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진씨가 고씨와 합작해 만든 지주회사 'KOL'이 주가조작에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으며, 특히 고씨는 지난 4.13 총선전 정치권에서 수억원의 정치자금을 뿌린 혐의로 검찰이 수사중인 모건설 회장의 아들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열린금고 불법대출=금감원은 진씨가 지난해 8월 열린금고를 인수한 뒤 3차례에 걸친 우회대출 수법으로 1천15억원을 불법대출받은 사실을 확인, 조만간 진씨를 검찰에 고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동방금고 대출사건과는 달리 금감원의 조사가 충분히 이뤄진후 본격 수사를 벌인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어 진씨의 비자금 조성 및 주가조작 혐의 등에 대한 수사가 어느 정도 진척된 뒤 불법대출금 사용처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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