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교 교사서 무속인 된 이광자씨

입력 2000-11-22 14:32:00

평범하지만 나름대로 알찬 삶을 살아온 이에게 어느 날 갑자기 신이 내린다면 어떨까? 그래서 영혼이 보이고 영혼의 목소리가 들린다면?

유명한 목사의 딸인 이광자(56)씨가 신내림을 받은 것은 1981년. 다음날 발생할 일이 미리 꿈에 보였다. 수많은 혼령이 대낮에도 눈과 귀를 어지럽혔다.

치료를 위해 교회에서 '안수기도'를 받았다. 전국 무당을 찾아 다니며 굿도 했다. 그러나 벗어날 수 없었다. 멀쩡하게 걷다가 넘어져 앞니를 모조리 부수기도 했다. 엄연한 초교 교사이던 때. 수업 중에 분필을 떨어뜨리기도 일쑤였다.

19년 동안 몸 담아온 학교를 그만 둬야 했다. '신내림'에서 벗어 나고픈 마음에 퇴직금과 저축, 집까지 들였지만 허사였다. 기독교 집안인 친정에서도 따돌림을 받았다.

삶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하지만 운명을 받아 들이기로 했다. 세상에 신이라고 이름 붙은 모든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혼령들과의 동거를 받아들인 셈. 절에도 가고 교회도 다녔다. 그러자 세상이 다시 맑아지기 시작했다.

신내림을 이제 그녀는 힘들고 지친 이들을 위해 쓴다고 했다. 수화에도 능해 농아들의 고통을 위로하는 일도 그녀의 몫. 벗어나고 싶었던 신내림이지만, 이웃을 보살피는 일에 쓰니 되레 행복이 내린듯하다고 했다.

그녀는 나쁜 운을 바꾸고 싶어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고한다. "운명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현실을 인정하고 나쁜 운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를 바꾸는 것이 유일한 대책입니다". 세상 온갖 어려움의 대부분은 받아 들이는 태도의 문제라는게 그녀가 내린 결론이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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