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씨 공개적 반발

입력 2000-11-21 15:24:00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비서가 20일 대북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정부가 자신들의 외부강연과 책 출판 등을 금지시켰다고 반발해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정부가 그동안 황씨의 입을 막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으로 방해해 왔다는 사실이 폭로됨으로써 정부 스스로 대북정책과 관련된 언론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황씨는 이날 지난 97년 자신과 함께 귀순한 김덕홍씨와의 공동명의로 성명을 내 "통일문제와 관련한 우리의 글이 일본 신문에 공개된 것과 관련, 국가정보원측이 16일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도높이 비판했다'며 우리의 활동을 제한하는 조치를 더욱 강화하는 방침을 선포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이 탈북동지회 기관지인 민족통일 6월호에 실린 글이 일본언론에 공개된 것을 문제삼아 자신들의 정치인, 언론인 접견과 외부강연 등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민간차원의 대북사업에 참가하는 자유마저 제한하는 것은 우리의 존재가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제한조치를 취소하지 않으면 스스로의 행동방향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황씨의 이같은 주장으로 당장 국정원측이 당혹스럽게 됐다. 국정원은 그동안 황씨의 김영삼 전대통령 면담과 국회 증인출석 등을 가로막아 왔다는 의혹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당장 한나라당 목요상 정책위의장은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황씨의 활동을 제한한 것은 북한의 비위를 맞추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김용갑 의원도 21일 비난성명을 내고 "북한의 잘못된 실상을 비판하는 황장엽씨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려놓은 채 일방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하려는 현 정권의 의도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권철현 대변인도 "북한을 비판하는 언행에 모두 족쇄를 채우려 한다"면 이는 현정권의 햇볕정책의 한계를 스스로 드러내는 꼴이라고 비난하며 임동원 국정원장의 사임을 촉구했다.

황씨와의 면담이 무산됐던 김영삼 전대통령측도 발끈했다. 김 전대통령 문병차 일본에 머물고 있는 박종웅 의원도 이날 "범국민적 대북비판 여론을 폭압적으로 탄압하는 김대중 정권의 반인권적·비민주적인 작태를 드러내는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황씨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가 새롭게 진전되는 상황에서 북한체제 붕괴론을 거듭 주장함으로써 테러위협이 가중됐다"며 "남북화해·협력관계 진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자중해 줄 것을 권장했다"고 해명했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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