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모리내각 불신임안 부결

입력 2000-11-21 14:39:00

일본 모리 내각 불신임 결의안이 자민당 비주류인 가토(加藤).야마사키(山崎) 양 파벌의 막판 후퇴와 타협으로 부결됐다.

그러나 이번 내각 불신임 파동은 내년 여름의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전후 계속돼 온 자민 파벌 밀실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과 염증을 심화시키고 기성 정당 정치에 대한 불신을 가속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의 이번 내분 위기는 멀리는 다나카(田中) 다케시타(竹下) 파에서, 가까이는 오부치(小淵) 하시모토(橋本) 파로 계보가 이어지면서 근 25년간 자민당을 사실상 지배해 온 '다나카 정치'의 위기이기도 했다. 가토 반란이 주목 받은 것도 바로 이때문이었다. 자민당의 그같은 파벌 지배 구조에 종지부를 찍고, 그 결과로 정계 개편의 전기가 마련될 수 있을지 하는 것이 그것.

자민당은 1993년 미야자와(宮澤) 내각 불신임안 표결을 둘러싼 분열이 도화선 돼 55년 체제가 붕괴되면서 결국 야당으로 전락했던 뼈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따라서 자민당은 이번 '가토 반란'을 계기로 심화된 당 내분을 수습하기 위해 자민당 총재 선거 조기 실시를 통해 총리 교체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일본의 정계 변동은 계속될 전망이다.

◇표결 과정 = 일본 중의원은 민주.공산.자유.사민 등 4개 야당이 공동 제출한 내각 불신임안을 놓고 20일 밤 표대결에 돌입한 끝에 찬성 190표, 반대 237표로 부결 처리했다. 모리정권 퇴진을 요구해온 자민당의 가토.야마사키파는 이날 중의원 본회의가 열리기 직전, 당초의 불신임안 찬성 방침을 돌연 철회해 표결에 불참했다. 이로써 자민당은 당장의 분열은 모면하고, 모리 정권도 일단 연명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중의원 본회의 불신임안 심의 도중 연단에서 반대 토론을 하던 보수당 마쓰나미 겐시로(松浪健四郞) 의원이 물컵을 들어 야당 의석을 향해 뿌리는 돌발 사태가 발생, 야당 의원들이 일제히 단상으로 몰려 가 강력히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야당측이 의사 진행 공정성을 문제 삼아 중의원 의장 불신임안을 제출, 본회의가 중단됐다가 21일 새벽 2시 40분께 재개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가토측 입장 = 자민당 제2파벌인 가토파를 이끌고 있는 가토(加藤紘一) 전 간사장은 표결 불참에 대해, "동조 세력을 규합한 결과 불신임안 가결을 자신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판단돼 후퇴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21일 새벽 불신임안 부결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민당 정치 쇄신을 위한 투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나카 히로무(野中廣) 간사장 등 자민당 집행부는 그동안 가토씨 등이 불신임안에 찬성하거나 표결에 불참할 경우 당에서 제명하겠다고 공언해 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