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회장 경영복귀,현대건설 새전기 마련

입력 2000-11-21 12:37:00

정몽헌(MH)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6개월만에 현대그룹의 총수에 복귀할 전망이다. MH는 20일 현대건설 자구계획을 발표하면서 "경영일선 복귀는 현대건설 임직원과 사외이사들과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현재처럼 이사회 의장으로서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지만 현대건설 임직원과 이사회의 뜻을 묻는 절차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밝힌 점은 사실상 경영복귀를 시사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지난 5월31일 '3부자 퇴진 선언' 직후 현대아산 이사직만 유지한 채 나머지 현대 관련 공식 직함에서 벗어난지 반년만의 컴백인 셈이다.

그는 그동안 대북사업에 전념하겠다며 수차례의 방북을 통해 개성공단과 금강산종합개발을 위한 외자유치 작업에 전력했으나 현대건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전면에 모습을 드러낼 수 밖에 없었다.

현대 내부적으로도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이란 직함이 부적절하거나 어색하다고 판단, 이사회에서 회장이란 직함을 달아줬고 여전히 '회장님'으로 불리고 있다.

11월초 퇴출기업 발표를 앞두고 논의가 본격화되자 장기 해외출장중이던 '정 회장'을 찾는 목소리가 현대 뿐 아니라 정부나 금융권에서도 커졌다. 현대 문제 해결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은 "정몽헌 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서야 한다"며 경영복귀론을 제기했다.

특히 지난 15일 현대건설 이사회는 사외이사들을 중심으로 MH가 다시 경영일선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 '컴백론'에 불을 붙였고 그때를 전후, 분위기 조성을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 MH는 지난 2일 미국에서 돌아온 직후 정부와 채권단 관계자는 물론이고 현대의 모태인 건설을 살리기 위해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을 만나 극적인 화해를 끌어내기도 했다.

시장에서도 MH가 대주주로서 현대건설 사태를 책임지고 해결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정서가 확산되기 시작했고 현대 내부에서도 "대주주라는 핑계로 수렴청정만 할게 아니라 사태의 전면에 나서 현대를 구해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됐다.

여기에는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이나 김재수 구조조정위원장 등 현대의 핵심 전문경영인이 현대사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인 만큼 실제적인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깔려있었다.

정부나 채권단도 현대의 사실상 카운터파트인 MH의 그룹회장 복귀를 내심 희망하는 듯한 눈치를 감추지 않았다.

MH는 지난 2일 귀국 당시 경영복귀 여부에 대해 "당장 이렇다 저렇다 말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여운을 남긴데 이어 이날 발표의 전면에 나서면서 '복귀'를 예고했다.

현대 관계자는 "MH의 복귀로 현대 내부에 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면서 "계열사별 독립경영 강화 등으로 경영환경이 달라지면서 과거와 같은 결속력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현대건설 자구와 향후 계열분리 추진에 전기를 가져올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대 자구안 1조2천974억원, 전자.중공업 내년 계열분리

현대가 오너 일가의 사재출자를 포함해 총 1조2천974억원규모의 자구계획안을 마련했다. 현대전자와 중공업은 내년까지 계열분리된다. 또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은 그룹 회장으로 경영 일선 복귀를 강력히 시사했다.

정몽헌 회장은 20일 오후 3시 계동사옥 15층 대회의실에서 이같은 내용의 현대건설 자구계획안과 그룹 경영개선 계획을 공식발표했다.

이번 자구계획은 ▲정주영 전명예회장의 회사채 출자전환(1700억원) ▲정 전명예회장의 자동차 주식 2.69% 매각후 출자(900억원) ▲정몽헌 회장 보유주식 매각후 출자(400억원) ▲서산농장 매각(6천억원) ▲계동사옥 매각(1천620억원) ▲인천철구공장 매각(400억원) ▲건설 보유 상선주식 매각(290억원) ▲기존 자구(1천664억원) 등이다.

현대는 이중 계동 본사사옥 매각방안의 경우 이달말까지 실제 입주가 가능한 현대 계열사 또는 외부기관에 분할매각키로 했으며 부득이 매각이 안된 부분은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에 처분을 일임키로 했다.

또 현대는 정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중 400억원 어치를 외국계 투자은행에 매각을 의뢰, 올해안으로 현대건설에 출자키로 했으나 매각대상 주식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현대는 현재 5조800억원 규모의 현대건설 부채규모를 올해말까지 4조3천억원으로 줄이고 내년 상반기까지 4조원 이하로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현대는 이와함께 감량경영을 통해 조직 슬림화와 함께 인력을 대폭 감축하고, 올해안으로 경영컨설팅 회사의 자문을 얻어 현대건설의 중장기 발전방안을 수립키로했다.

현대는 당초 2003년까지로 계열분리가 예정된 현대전자를 2년이상 앞당겨 2001년 상반기까지 계열분리를 완료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는 또 현대중공업도 당초 분리일정인 2002년 6월말보다 6개월을 앞당겨 2001년 12월말까지 조기 계열분리키로 했다.

현대는 이와함께 현대증권, 현대투신, 현대투신운용 등 금융부문도 미국 AIG금융그룹의 외자유치를 통해 경영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이날 발표에서 "현대건설을 포함한 그룹경영에도 보다 책임있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밝혀 경영복귀 의사를 강력히 시사했다.

정 회장은 '경영일선 복귀를 의미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현대건설 이사회의장으로서 참여할 수 있고 경영진에 복귀해 최일선에 참여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건설 임직원과 사외이사와 논의해 거취를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현대그룹은 앞으로 건설과 상선을 주축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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