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법정공방

입력 2000-11-18 14:24:00

미국 대선이 하루에도 몇개씩 나오는 법원 판결에 따라 휘청대고 있다. 이러다가는 누가 당선되든 대통령의 권위가 말이 아니게 될 상황이다.

0…먼저 한국시간(이하) 17일 오전 7시에 주 대법원이 "수작업 재개표 작업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판결을 내리자, 부시측 재검표 사령탑을 맡고 있는 베이커 전 국무장관은 "이 판결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며, "이번 결정은 현상유지에 지나지 않는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그는 "이는 시비에 대한 결정이 아니라 임시명령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객관적인 전문가들도 그 판결에 여러 문제점이 있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NBC방송의 법률전문 기자 피트 윌리엄스는 "주 대법원은 개표장치나 소프트웨어에 이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수검표가 허용돼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는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한 채 회피하고만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팜비치 카운티 선관위원장 찰스 버튼 판사도 기자회견에서 "법정공방이 다음 라운드로 접어든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물론 고어측은 환영을 표시, 윌리엄 데일리 선대본부장은 "주 대법원의 만장일치 판결에 매우 만족한다"고, 변호인은 "수검표 결과가 개표 결과에 포함돼야 한다는 뚜렷하고도 명백한 결정"이라고 했다.

0…그러나 18일 새벽0시(현지시간 17일 오전 10시) 카운티 순회법원이 "재검표 결과를 개표수에 산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내리자 상황은 반전됐다.

테리 루이스 판사는 법원 행정관이 대신 발표한 판결문을 통해 "제한된 증거를 토대로 판단할 때, 해리스 주 국무장관은 합리적으로 판단겙甦ㅗ?것으로 보인다"면서, 따라서 원고측 동의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이 재판은 고어측이 제기했었다.이날 판결을 내린 루이스 판사는 지난 15일 오전 7시 판결을 통해 이미 고어측에 1차 패배를 안긴 적이 있다. 당시 고어측은 "주 국무장관이 개표 결과 보고 시한을 더 늘리도록 조치해 달라"고 청원했으나, 루이스 판사는 "국무장관의 접수 마감 설정은 정당하다. 그러나 그 권리는 '건전한 재량권'에 따라 행사돼야 한다"고 판결했었다.

0…하지만 이것으로도 끝이 아니었다. 고어측은 즉각 항소했고, 주 대법원은 우선 일부를 받아 들였다. 항소 주체가 고어 자신으로 돼 있는 항소장은 "사안의 공적 중요성을 감안해 즉각 대법원에 의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3명으로 구성된 항소법원 재판부는 이 사건을 즉각 주 대법원으로 이관시켰다. 크리스토퍼 전 국무장관은 "18일 안에 심리가 이뤄지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 이전에 주 대법원은 우선 "상황 정지"를 명령했다.

한국시간 18일 오전 6시쯤 주 대법원은 판사 만장일치로 "법정의 추가 명령이 있을 때까지는 선거 결과를 발표하지 말라"고 주 정부에 판시한 것. 주 대법은 한국시간 21일 새벽4시에 본격 심리를 위한 청문회를 열겠다며, 그때까지는 현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한국시간 18일 오전 8시쯤엔, 연방 고등법원(아틀랜타)도 부시측이 제기했던 "수작업 재검표 금지 처분 요청" 항소심에서 원고측 요구를 기각했다.0…대선 후 대치정국이 이제 변호사들의 대리전으로 발전하고 있다. 플로리다 주 재검표를 둘러싸고 양측 공방이 전면적 법정 다툼으로 비화하면서 내로라하는 변호사들이 사건 현장인 플로리다로 몰려들었다.

플로리다에서 뛰고 있는 변호사들을 일일이 헤아리기는 어려울 정도.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고어 진영에서만 70여명이 활약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은 꽤 알려진 변호사들. 이력은 다음과 같다.

◇부시측 △올슨=레이건 정부 법률자문 실장. 르윈스키에게 함구령을 내린 스타 전 특별검사를 설득, 방송 인터뷰를 성사시킴으로써 ABC방송으로부터 2만5천달러를 받은 바 있다. △플래니건=부시 정부 때 법무 차관보. 1992년 대선 때 클린턴 관련 정보를 얻으려고 그의 여권 비밀 서류에 접근 시도.

◇고어 후보 △코피=쿠바 소년 곤살레스의 마이애미 친척들 변호를 맡은 바 있다. 검사 시절 누드 클럽에서 댄서의 팔을 깨물었다가 말썽이 나 사임했다. △보이스=MS사 반독점법 위반 사건의 정부측 변호인. △커틀러=클린턴의 법률 고문. MS사건에서 MS를 변호했다.

쫛…대선이 소송으로 판가름 날 지경이 된 뒤, 이들 소송을 과연 연방법원이 맡아야 할지, 아니면 주 법원이 맡을지가 또다른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안이 연방정부 소관이면 당연히 연방법원 관할이다. 작년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쿠바 소년 엘리안 곤살레스 사건의 경우, 주 법원이 미국 체류를 허용했다가 결국 백지화됐던 전례가 있다. 이민국 소관 업무인 만큼 연방법원이 관할할 사안이었기 때문.

서로 다른 주 주민간의 7만5천달러 이상 송사도 연방법원 관할로 돼 있다. 같은 살인 사건이라도 연방수사국(FBI)이 맡으면 연방법원, 주 경찰이 수사했으면 주 법원이 각각 맡는다.

연방법원은 대법원(워싱턴DC) 산하에 전국 12개의 지역 담당 고등법원이 있다. 이번 대선 소송에 관련된 제11 순회 고등법원(애틀랜타)은 조지아곀첨罐??앨라배마 등 3개 주를 관할한다. 연방지법은 전국에 90개, 푸에르토리코, 버진 군도, 괌, 북마리나 군도에 각 하나씩 등 모두 94개 있다.

플로리다 주 법원은 대법원 산하에 5개 지역담당 고등법원, 20개 순회법원, 67개 카운티 법원으로 조직돼 있다.

동일 사안을 놓고 연방 고법과 주 대법원이 상충되는 결정을 내릴 경우, 연방 대법원이 최종 판결한다. 이 판결은 무조건 모든 주 대법원 판결에 우선한다.

0…플로리다 주 대선이 논란을 빚자 미 의회가 그 결과를 거부할 수 있는 헌법적 절차에 대한 검토작업에 들어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공화당의 톰 딜레이 하원 원내총무와 민주당의 태프틱 리이 상원의원은 최근 대선 결과를 의회가 거부할 수 있는 헌법적 절차에 관한 메모를 의원들에게 회람시켰다.

메모에 따르면 상하원은 내년 1월6일 개원 합동회의에서 선거인단에 의한 대통령 선거결과나 특정 주의 선거결과를 거부할 수 있다. 선거 결과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면 의회가 그것을 거부할 수 있는 헌법상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 이 권한은 1876년 대선 이후 마련된 것이며, 1969년 단 한차례 집행된 적 있지만 선거결과를 뒤집지는 못했다.

규정에 따르면, 의원 1명이 문제된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반대할 경우 상하원은 별도 회의를 열어 이를 심의곀Ⅰ簫磯? 문제된 선거인단 결과를 부결 시키려면 상하 양원이 모두 과반수 이상 반대를 해야한다.

그러나 지금 제출돼 있는 보고서는 헌법에 보장된 의회의 권리를 확인한 것일 뿐, 실제 선거결과를 뒤집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주변에선 보고 있다.

-외신종합=박종봉기자 paxkore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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