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곳 없는 경산시 쓰레기,市가 불법투기.매립 파문

입력 2000-11-18 12:21:00

영남대내 쓰레기장 사용 불가, 남산면 대규모 쓰레기 매립장 조성 공사 차질 등으로 경산시의 쓰레기가 갈 곳을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경산시가 최근 엄청난 량의 생활 쓰레기를 폐 저수지에 불법 매립해 온 것으로 드러나 말썽을 빚고 있다.

민주노동당 경산시지부와 경산 진보연합 회원 등 10여명은 17일 경산시 관계자 등이 입회한 가운데 압량면 내리의 소각로 시설 주변 폐 저수지에 생활 폐기물 수백여t을 불법 매립한 현장을 확인했다.

불법 매립 현장에는 쓰레기 규격 봉투에 담겨진 것과 그냥 버려진 각종 생활 폐기물들로 가득차 심한 악취를 풍겼으며, 오염 방지 시설이 없어 침출수 유출 등으로 주변 환경이 크게 오염되고 있었다. 이 곳은 지난 89년부터 압량면 쓰레기 매립장으로 사용돼 왔으나 98년 6월 비위생 매립장으로 분류돼 폐쇄된 곳이어서 각종 폐기물을 투기. 매립할 수 없다.

경산시는 지난 9월 영남대 쓰레기장의 사용 불가로 압량면에서 발생하는 하루 3t 정도의 쓰레기를 처리할 곳이 없어 지난 2개월여 동안 150여t 의 생활 쓰레기를 한시적으로 버려 왔다고 시인 했다.

그러나 쓰레기 투기량은 경산시가 주장하는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되고 매립 상태 등으로 미뤄 시가 쓰레기장 폐쇄 조치 이후 2년 동안 이곳에 계속적으로 쓰레기를 불법 매립했을 것이라고 현장 확인에 참여한 회원들과 주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또 남천면 하도리 쓰레기매립장도 최근 영남대 쓰레기장으로 들어가진 못한 쓰레기가 하루 3t 정도 반입되면서 처리를 제대로 못해 비가 올때 쓰레기 찌꺼기 및 오수 일부가 인근 계곡으로 휩쓸려 내려가 오염이 크게 우려되는 실정.

매립장 인근에서 버섯을 재배하는 이모(50)씨는 『계곡 물을 농업용수로 이용해 왔으나 최근 사용하지 못 할 정도로 오염이 심해 졌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민주노동당 경산시지부 서상학 대표는 『경산시의 쓰레기 정책 부재로 갈 곳 잃은 쓰레기가 읍면의 4개 소규모 매립장으로 반입되면서 이들 매립장들도 처리를 감당하지 못해 침출수 유출 등 오염 상태가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또 『소규모 매립장들이 계곡 또는 저수지 주변에 자리해 부지 선정부터 잘못되는 등 시의 쓰레기 정책이 헛점 투성이여서 시민 혈세를 엄청 쏟아 붓고도 경산 환경은 크게 오염되고 있다』며 근본 대책이 없을 경우 각종 불법 행위를 검찰, 감사원 등에 고발하겠다고 했다.

경산시의 한 관계자는『영남대 쓰레기장으로 반입되는 하루 20여t의 쓰레기를 현재 4개 읍면의 소규모 매립장으로 분산 매립하기 때문에 매립장 마다 과부화가 걸려 처리에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최희욱 경산시장은 『대학측과 사용 기한 연장을 놓고 갈등을 빚는 영남대 쓰레기장 문제는 내달 20일 있을 총장 선거 등 때문에 현재는 실마리는 못찾고 있지만 조만간 사용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며, 영남대 쓰레기장을 사용하는 기간 동안 남산 쓰레기장 조성 공사를 마치면 시의 쓰레기 문제는 완전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남대측은 최시장을 비롯한 경산시의 판단과 달리 대학내 쓰레기장 사용은 더 이상 불가하다는 부정적 여론이 지배적이고, 남산 쓰레기매립장 역시 면민들의 반대가 완강해 공사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절차를 밟는다 해도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 공사 추진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돼 현재 행정 추진 방식대로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데 역부족이란 지적이 높다.

이창희기자 lch88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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