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탄핵안 무산 안팎

입력 2000-11-18 00:00:00

한나라당이 발의한 박순용 검찰총장과 신승남 대검차장의 탄핵소추안이 여당 의원들의 육탄저지로 무산됐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추태로 국회가 더럽혀졌다"며 분통을 터뜨렸고 민주당은 "법적요건도 못갖춘 사안에 대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맞섰다.

쫛…17일 밤 11시. 이만섭 국회의장은 탄핵안의 의사일정 추가를 밝힌 직후 "민주당이 의원총회를 신청했고 또 기표소 설치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정회를 선포했다. 야당의원들의 야유가 쏟아졌지만 이 의장은 "걱정할 것이 없다"며 의장실로 들어가 버렸다. 그러나 이 의장은 기표소 설치가 끝난 뒤에도 나타나질 않았다.

박창달·이병석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장을 찾아 "기표소 설치가 끝났다"며 등원을 촉구했지만 의장실을 점거한 여당 의원들이 "의총중인데 본회의를 속개하면 위법"이라며 육탄으로 이 의장을 막았다. 야당 의원들이 "의총을 한다면서 왜 의장실에서 얼쩡거리냐"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과 민주당 김방림·박광태 의원간에 몸싸움과 고성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쫛…11시30분쯤. 한나라당 정창화 총무가 이 의장에게 "기표소 설치도 마쳤으니 홍사덕 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기든지, 차수를 변경해 달라"고 설득했으나 여당 의원들은 "총무회담을 통해 조율하자"며 "정균환 총무가 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맞섰다. 당시 본회의장에는 강창희·김학원·오장섭 의원 등 자민련 의원 9명과 한국신당 김용환, 무소속 정몽준 의원 등 144명의 의원이 참석, 의결정족수(137명)를 휠씬 넘었다.

쫛…여야간 대치가 이어지자 야당 의원들이 "이럴 수 있냐""여당이 여당다워라"고 소리쳤지만 민주당 송영진 의원 등으로 구성된 '의장 육탄 저지대'는 의장실을 떠나지 않았다. 정작 민주당 정 총무는 자정을 불과 5분 남겨둔 11시55분쯤 의장실로 들어섰다. 절묘한 소걸음 작전이 성공한 순간이었다. 결국 자민련 의원들은 18일 1시쯤 "이럴 줄 알았다" "쇼장에 동참할 이유가 없다"면서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쫛…한편 이 의장은 0시50분쯤 양당 총무간 협상이 지루하게 이어지자 "18일 오전 9시 운영위를 열어 협의하라"고 중재한 뒤 한남동 의장공관으로 황급히 떠났다. 이 과정에서 박광태·원유철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은 이 의장을 에워싸고 의장실로 나와 지하 1층까지 의장을 '과잉호위'했다.

쫛…17일 탄핵안 처리가 무산되자 한나라당은 본회의장에서 긴급 의총을 갖고 민주당을 성토하며 철야 농성을 벌였다. 권철현 대변인은 "사실상 소추안이 가결된 것으로 간주한다"며 "우리당 133명과 자민련 의원 9명, 한국신당 1명, 무소속 1명 등 의결정족수를 넘는 144명의 의원이 표결에 참석, 표결만 하면 가결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의장이 공관으로 돌아가자 국회 총무실에서 의원간담회를 가진 뒤 해산했으며 서영훈 대표는 정균환 총무 등 소속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한 뒤 자리를 떠났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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