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결과가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한국의 대선을 생각해 본다. 우리 나라에서 민주화이후 실시된 3번의 대선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다음과 같은 중요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지난 선거에서 차점자가 다음 선거에서 당선자가 되고 있다. 1987년과 92년 대선에서 각각 차점자였던 김영삼·김대중후보가 다음 대선에서 당선자가 되어 87년에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순서로 집권하였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가? 과거에는 힘으로 권력을 장악할 수 있었기 때문에 '엉뚱한'인물이 대권을 잡을 수 있었으나 이제는 경쟁적인 선거를 치러야 하므로 하루아침에 비정치권의 새로운 인물이 대권을 장악할 수 없고 정치인 중에서 언론이나 유권자의 검증을 받았고, 또 인지도가 가장 높은 지난 대선의 차점자가 가장 유리하기 때문이다.
둘째, 대선 승리가 지역연합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 92년 대선에서 3당합당을 통해 형성된 영남 충청 지역연합 출신의 김영삼후보가 승리했고, 97년 대선에서 김대중후보가 엄청난 양보를 통해 호남-충청 지역연합을 만들어 낸 결과 대권을 차지하였다. 당시 김대중후보는 충청에서 이 지역출신 후보인 이회창후보나 이인제후보 보다 훨씬 더 많은 표를 얻었기 때문에 성공하였다. 한편 이회창후보의 경우 이인제후보가 부산-경남 지역을 30%나 잠식하는 바람에 영남의 지지 기반이 흔들렸기 때문에 실패하였다. 비록 지역주의 극복이 한국 정치의 최대과제이지만 불행히도 현실적으로는 2002년 대선에서도 지역 연합에 성공하는 후보가 승리할 수 있다.
셋째, 민주화이후 정권 말기에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집권세력의 분열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87년 대선후 집권세력이 전두환파와 노태우파로 분열되었고 92년 노태우정권 말기에 집권세력의 핵심인 민정계가 이탈하여 김영삼 지지파와 반대파로 분열되었고, 97년 김영삼정권 말기에 상도동계가 분열하여 이회창 지지파와 반대파로 분열되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단임제 대통령이 임기말에 정치력이 급격히 하락하여 후계자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권력을 한 손에 쥐고 있던 대통령이자 집권당 총재가 레임 덕이 되면 소위 가신(家臣)들이 종적인 유대가 약하므로 서로 자기 이익을 앞세우기 때문에 가신간의 협력이 어렵다. 그리하여 임기 말에 집권세력은 반대당이나 언론의 정치적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서로 책임전가를 하면서 분열하게 된다. 그리고 집권당의 프리미엄을 얻기위해 당에 들어온 기회주의적 인사들이 자기들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는 여러 인사들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보스를 찾는 과정에서 이들간의 분열을 부추긴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것은 대통령 임기 후 그가 만든 집권당이 사라지고 있는 점이다. 전두환대통령이 만든 민정당, 노태우대통령이 만든 민자당, 김영삼대통령이 만든 신한국당이 사라졌는데, 김대중정부에서는 이미 새정치국민회의가 없어지고 새천년민주당이 등장하였다. 이런 현상은 전임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하거나, 대선을 위한 일시적인 지역연합이나 선거용 정당이 집권 후 당내 갈등으로 인해, 또는 지역연합을 변경하여 지지기반을 확대하려는 시도 때문에 발생한다. 이처럼 민주화이후 정당의 사당화(私黨化)와 정당정치의 유동성이 더욱 증가하여 한국 정치가 안정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시정하지 않으면 한국 민주주의의 장래는 밝지 않기 때문에 이런 정치패턴이 하루빨리 사라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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