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인간도 주문생산(?)

입력 2000-11-17 14:54:00

지금까지는 부모가 자기자식의 유전자를 결정할 수 없었다. 유전자는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으로 돼 있었다. 그러나 인체 게놈사업은 유전자 검사와 유전자 치료라는 형식으로 유전자에 대한 인간의 간섭이 가능하게 될 것으로 예측했었다. 유전자에 대한 간섭은 인간발달의 모든 단계, 즉 정자와 난자, 수정란, 태아, 출생뒤 인간 존재의 각단계에서 이루어 질 것이라는 분석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국내 의료진이 처음으로 성공한 '얼렸던 배아를 녹여 간(幹)세포를 배양하는 기술'도 일종의 인간의 간섭으로 볼 수 있다. 마리아산부인과 기초의학연구소 박세필 소장팀은 최근 냉동보관한지 5년이나 지난 수정란을 녹여 50여일동안 간세포 상태로 배양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간세포 배양으로 현대의학의 최대 과제중의 하나인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수백개의 세포로 이뤄진 배아를 거쳐 간세포까지 길러내 간·폐 등 원하는 장기의 세포를 얻어내는 방법이다.

불치의 유전병에 대해 면역성을 가진 아기가 최근 프랑스에서 사상 처음 탄생해 인류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쟁점을 제공하고 있다. 부모 모두가 간질환을 앓는 불치병 유전자를 신생아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하기위해 부모로부터 채취한 정자와 난자를 시험관에서 수정시켜 일정기간 지난뒤 세포검사를 실시한다. 그후 불치병 유전자가 없는 수정란을 골라 자궁에 착상시키는 방법은 유전자 간섭의 발전된 형태다.

이런 기술의 발전에는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 개개인의 정체성 침범에 대한 도덕적·윤리적 문제도 그렇고 생명의 존엄성 상실로 인한 인류사회의 가치 혼란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유전자적 혁명'이 일순간의 효과로 보일듯 하지만 그 영향은 크면 클수록 그것이 하나의 저주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높다. 인간이 만든 기술이 인간을 황폐하게 하는 요인으로 되돌아오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것이라는 판단도 있다. 우수인간 탄생이나 주문식 아기 출생 등은 파국적 결과도 초래할 수 있어 생명공학이 내 보이는 것은 무서운 세계도 있다는 점이다. 인간에 대한 유전자 조작은 인류에 재앙을 부를 제2의 바벨탑쌓기가 아닐까.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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