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서상호 주필

입력 2000-11-16 14:23:00

'지방의 몰락'이 시작되고 있다. 산업화 과정과 정보화 진행, 그리고 IMF 관리체제라는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3번의 고개를 넘어면서 지방경제는 회복하기 어려울 만큼의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경쟁과 효율이라는 명분으로 서울중심의 개발을 시작, 서울공화국이 되어 버렸다. 성장의 논리가 균형의 논리를 누른 것이다. 정보화 시대는 우수한 두뇌의 시너지효과를 노린다며 '벤처는 서울로'라는 현상이 일어났다. 경제논리가 지방의 논리를 누른 것이다. 또 IMF 관리체제라는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는 어땠는가. '우선 국가가 살아야 한다'는 국가논리에 균형발전이 되어야 한다는 지방의 논리가 뭉개지면서 지방의 기업들은 추풍낙엽 신세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제 지방은 그야말로 빈 껍데기만 남게 되었다.지방 중에서도 대구는 삼성승용차와 구지의 쌍용자동차를 잃음으로써 자동차 도시의 꿈을 접어야 했다. 대구경제의 미래 기관차를 놓친 것이다. 대동은행이나 대구겙堧舊쓩鳧?퇴출 등 지역금융기관의 몰락은 바로 지역경제의 용량을 줄여놓았다. 이외 전국적인 규모의 주택업체나 섬유업체들이 쓰러졌다. IMF의 한파에 가장 잃은 것이 많은 도시로 되어버렸다. 이제 대구는 경제에 관한 한 자생력을 잃고, 꿈을 잃은 도시가 되었다. 대구경제의 어려움은 지표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기업의 활동을 나타내는 산업생산지수(95년=100)는 지난 8월 현재 전국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된다. 이를 반영하듯 전력 사용량도 대구가 전국평균에 비해 낮은 편이며 특히 제조업의 사용량은 전국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대구의 금융사정은 말이 아니다. 예금에 있어서는 IMF후 수도권은 늘었으나 지방은 줄었으며 그 중에서도 대구는 전국지방 평균치를 밑도는 실정이다. 지난 5월말 기준 수신증가율이 부산은 31.7%이나 대구는 28.6%에 지나지 않는다. 대구의 꿈으로는 단하나 밀라노프로젝트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대구의 기관차가 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대구의 경제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완성까지는 20여년이 걸리는 장기계획이다.

물론 이러한 기업퇴출이나 도산은 경제논리 측면에서 보면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대구라는 이유 때문에 퇴출당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방의 논리에서 보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개별기업의 경쟁력이 반드시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가령 수도권의 기업은 수도권 집중에 따른 부작용과 그 비용 그리고 지방의 불만 무마비용까지 감안하면 반드시 지방기업보다 낫다고 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제는 구질서가 가고 신질서가 오는 시대가 아닌가. 언제까지 지방의 희생 위에 국가경제가 있을 것인가. 이제는 국가정책도 서울만 살찌고 지방은 여위는 제로섬 법칙에서 서울도 살찌고 지방도 살찌는 플러스섬 법칙으로 바뀌어져야 한다. 정부는 기초생활보장제 등으로 계층간의 불평등 시정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지역 간의 불균형에도 손을 대야 한다. 말만 무성하지 말고 어서 선택하고 행해야 한다. 솔직히 말해 지금이라도 대통령의 뜻만 있으면 될 수 있는 일도 많다. 금고나 기금의 지방금융기관 이전 등 지방금융 육성책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꿈을 잃고 자생력 잃은 대구경제에 있어서는 살아 남을 수 있는 길은 외부기업 유치뿐이다. 이는 영국의 웨일즈를 비롯 세계 곳곳에 성공사례가 있다. 따라서 이론이 있을 수 없는 대안이다. 그런 점에서 삼성상용차의 사후 처리문제는 대단히 중요하다. 어떻든 대체투자를 이끌어 내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외국기업 유치도 좋지만 가능성에 있어서는 삼성그룹의 대체투자가 더 현실적이다. 따라서 삼성제품불매운동과 같은 정서적인 대응도 중요하지만 다시 한번 특혜를 주어 기업을 유치하는 현실적, 경제논리적 대응도 중요하다. 기업유치전이 전 세계적인 만큼 특혜 없이 기업을 유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병자호란 때 항복문서를 찢은 김상헌의 기개를 지향하는 쪽도 있어야하지만 찢겨진 문서를 줍는 최명길의 현실적 안목을 가진 쪽도 있어야 할 때다. 기관차가 될만한 외부기업 유치가 있을 때 대구경제의 미래는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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