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사람이 뒤를 돌아보면 바닷가 모래밭 같은 곳에 자신의 지나온 발자국이 찍히게 돼있던 시절.
어떤 사람이 삶이 힘들고 어려울 때는 항상 절대자인 신께서 함께 해줄것이란 이웃의 말에 종교를 갖게됐다. 점차 믿음이 생겨나던 어느 순간 그에게도 시련이 닥쳤다. 요즘의 IMF와 같은 사태로 사업이 부도나고 말았다. 삶이 너무 힘들고 벅차 생을 포기하려고 마음 먹은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좌절하지않고 뼈를 깎는 아픔을 동반한 몇년간의 노력 끝에 다시 일어섰다.
다시 세상살이가 살만해지자 문득 의문이 일었다. 과연 내가 그렇게 어려웠을때 신은 어디 있었을까. 항상 나와 같이 있을것이라 했는데. 옳커니 뒤를 보면 되겠거니 하며 돌아보니 바닷가 모래밭에 발자국이 두개밖에 없지 않은가.
두개는 내것이니 그렇다면 그동안 신은 어디 있었단 말인가. 내가 어려울때 함께 해주지 못하는 신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삭이지 못한채 한달음에 전교해준 이웃집으로 쳐들어가 신을 원망하며 삿대질을 해댔다.
만신창이된 지역경제
그러자 그 이웃 하는말. "그 발자국들을 자세히 보시오. 그것은 당신 것이 아니라 신의 것이란 말이오. 당신은 이미 걸을 힘도 없는 반쯤 죽은 상태여서 신이 당신을 업고 겨우 그위기를 헤쳐나온 것이오. 당신은 신이 없었다면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오"하더란다.
오래전에 들은 이 이야기는 물론 종교인들에게는 마음에 와 닿을수도 있지만 종교를 떠나 이야기한다면 진정 어려울 때 함께 하겠다고 약속한 사람이 결정적인 순간에 외면할 경우 누구나 가지게 되는 분노일수도 있다.
이야기가 너무 길었지만 최근의 지역 경제를 둘러싼 양상이 유사한 것같아 해 본 이야기다. 지역경제가 이토록 어려울 때 항상 함께 하겠다던 지도층 인사들은 모두 어디 갔는가. 진정 신처럼 안보이는 곳에서 우리를 보호하고 있는가.
IMF이후 대형 섬유, 건설업체가 멀쩡한 것 하나없이 쓰러져 살아있다 할수도 없는 지역경제. 이제 대우자동차의 최종부도와 삼성상용차의 퇴출결정으로 그 마지막 숨통마저 죄여지고있다.
지도층외면에 시민분노
연쇄부도로 지역경제가 숨이 멎을 상태에 처해 있는데도 '경제시장'을 표방한 문희갑 대구시장은 위기위식마저 못느끼는듯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노력의 성과여부를 떠나 시장 취임초기인 지난 96-97년 삼산, 한서주택 부도사태때 앞장서 동분서주하던 그런 열의는 간곳없다. 그렇게 달변이던 그의 화려한 수사마저 들을 기회가 없다. 지금 시민단체는 문 시장 규탄대회까지 여는 판국이다.
왜 이렇게 변했을까. 승산없는 일에는 아예 끼여들지 않겠다는 보신주의 발상의 결과라면 민선시장의 직무유기라는 비난을 들어도 할말이 없을듯 하다.
지역출신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다. 한두마디 말품드는 선에서 할일 다했다는 표정들이다. 삼성그룹 면담에 동참, 힘을 실어달라는 대구시의회 대표단의 애원에 가까운 요청마저 선약을 이유로 거절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정치권 성토 분위기가 고조되자 뒤늦게 일부 정당에서 지역 여론을 중앙정부에 가감없이 전달하고 고용인력 승계, 협력업체 지원, 대체산업 유치등의 협의에 나서겠다는 반응을 보이고있다.
지역 정치권 발벗고 나서야
물론 국가경제 전체의 위기국면에서 초래된 상황이라 지역 정치권이 움직인다 해도 가시적 성과를 거둘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칼자루를 쥔 정부, 금융권, 대기업과의 접촉루트가 현상황에서는 그들뿐이다.
어려울때 지역을 외면하고서도 다음선거에서 표를 모아달라고 할수있는가. 어려울때 돕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도 들어보지 못했는가. 지국현 편집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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