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갑 발언 파동 전말

입력 2000-11-15 15:27:00

한달여 정상 운영돼 온 국회가 파행 위기를 맞았다. 14일 국회 본회의 통일·외교·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네번째 등단한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이 민주당을 "조선노동당의 2중대"라고 지칭한 것에 여당 의원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나면서 이후 예정된 질문과 답변은 모두 중단됐다.

김 의원은 "민주당은 정강정책까지 바꿔가면서 국가보안법을 개정하려는 일에 발벗고 나서는 등 국보법 개정이 가져올 상황에 대한 염려나 고민은 없이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기에 급급하다"며 "이러니 사회 일각에서 민주당은 조선노동당 2중대라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돌출발언이 나오자 민주당 의석에선 "미친 사람 아니냐" "저런 인간이니까 쿠데타를 했지"라는 비난과 야유가 쏟아졌다.

그러나 김 의원은 계속 "국가보안법 개정은 사실상 폐지를 의미하는 것이며 남한사회를 통째로 김정일에게 갖다 바치는 통일전선 전략의 단초가 될 것"이라며 "김대중 대통령과 민주당은 대북정책에 있어 지나친 자신감 오만감이 나라의 장래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며 이제는 정신을 차릴 때"라고 발언을 이어갔다.

김 의원이 질문을 끝내자 민주당 천정배 수석부총무는 단상으로 뛰어나가 이만섭 의장에게 의사진행발언을 요구했다. 여당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 의장은 김 의원에게 "질문의 충정과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2중대 운운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치다"며 "정창화 총무와 속기록 삭제 문제를 논의해 보라"고 중재를 시도했다.

여당 의원들의 반발로 본회의장이 소란해지자 김 의원은 뒷자리의 이회창 총재에게 다가가 무언가 귀엣말을 했다. 이 총재는 무표정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최병렬·김기춘·박희태 의원 등은 김 의원을 찾아가 악수를 청했으며 야당 의석에선 "속기록 삭제하지 말라"는 격려성 맞고함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김 의원이 중재를 거부하고 여당의 반발이 가라앉지 않자 이 의장은 "아무리 의원이라도 남의 당을 조선노동당 2중대라고는 얘기할 수 없지 않느냐"며 정회를 선포했다.

민주당은 본회의 정회 후 곧바로 의원총회를 연데 이어 이날 밤에도 다시 의원총회를 열어 김 의원과 한나라당의 사과 및 김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한나라당도 원내대책회의와 의원총회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하는 등 하루종일 부산했다.

서영관기자 seo123@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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