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의 향배는 차츰 어느 후보든 결과를 승복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는 플로리다주 1차 재검표에서 간발의 차이로 진 고어를 주로 겨냥한 것이다.이런 의견은 민주당에서도 득세, 오는 17일 집계될 부재자 투표에서도 진다면 깨끗이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고어와 같은 민주당 존 브로 상원의원은 "장기간의 소송 보다는 결과 존중이 더 바람직하다", 강력한 고어 지지자인 로버트 토리첼리 상원의원은 "고어 보다는 누군가를 당선자로 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전에 나섰다가 고어에게 패배한 후 그의 선거운동을 지원한 빌 브래들리 전 상원의원은 "오는 17일의 플로리다주 부재자 투표 개표를 끝으로 논쟁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리처드 게파트 하원 원내총무도 "법정투쟁까지 비화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클린턴 대통령의 리언 패네타 전 비서실장은 "국가를 위해 일정 수준에서 싸움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1996년 공화당 후보였던 밥 돌 전 상원의원은 "이제는 고어가 '선거는 끝났으며 국사에 전념할 때'라고 스스로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어를 지지했던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 등 신문들도 일제히 "개표 결과에 불복하는 소송은 헌정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신중하게 처신하라"고 고어 진영에 촉구하고 나섰다.
12일자 LA타임스는 민주·공화 양당 진영이 적법한 제소이유를 갖고 있더라도 당락논쟁을 법정에 가기 훨씬 전에 끝내는 정치인 정신을 발휘하라고 사설을 통해 촉구했다. 사설은 무모한 정쟁을 확산시켜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모든 선거과정에 대한 믿음과 관심을 잃게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고어의 생각과 달리 투표용지의 '혼란스런' 도안과 유권자 혼동은 선거부정이 되지 않는다며, 이번 선거는 매우 깨끗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960년에 불과 11만8천여표 차이로 지고도 승복했던 닉슨의 예를 들며, 대신 케네디가 했던 대로 상대당 인사를 내각 요직에 기용했음을 주목하도록 요구했다.
○…정치적으로 판단해도 고어에겐 승복이 유리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1960년의 닉슨 후보처럼(본지 11일자 7면 보도) 일단 결과에 승복하고 후일을 도모하는 게 현명하며, 소송을 통해 억지로 이긴다 해도 민심을 잃고 의회에서는 공화당의 강력한 견제를 받아 '힘없고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전락함으로써 정치 생명의 단축을 초래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는 것.
LA타임스는 "플로리다주 재개표 최종결과에서 부시가 이겨 차기 당선자로 확정될 경우, 고어는 법정투쟁 여부를 결정하기 쉽잖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럴 경우 고어는 유권자들의 뜻을 수용하기 거부하는 것으로 비쳐질 위험이 있어, 2년 뒤의 의회 중간선거 때 그러한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민주당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을 것으로 당 관계자들이 우려하고 있다는 것. 지금까지 고어의 공세적인 재개표 추진을 지지해 온 민주당도 그 이상의 싸움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설령 소송이 제기돼도 선거에 개입해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는 판사들의 성향 때문에 승소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법조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비니 밀러 조지타운대 법대 교수는 "미국은 재개표 전통을 갖고 있지 않으며, 재개표 요구 소송을 맡은 판사들은 대개 기존 선거 결과를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플로리다에 급파된 크리스토퍼 전 국무장관과 윌리엄 데일리 선거운동 본부장 등 민주당 진영은, 자체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기 보다는 투개표 과정에 불만을 가진 주민들의 소송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플로리다 주 재개표 사태가 선거인단 투표일인 12월18일까지 해결되지 못할 경우, 각 주가 주의회에서 선거인단 선출권을 일임하고 있는 규정에 따라 플로리다 역시 그렇게 대처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플로리다 주의회는 12일 끝난 재개표에서 이긴 부시를 승자로 선언하거나, 재선거를 실시하거나, 선거인단을 직접 선출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도 있다. 주의회는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주의회가 부시 지지파의 선거인단을 뽑았다가는 당파의 이익만 추구하는 행위로 비쳐져 대통령에 대한 정통성 시비를 불러일으킬 공산이 크고, 부시가 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재선거도 선택하기 곤란, 주의회가 그런 상황이 닥칠 때 어떻게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혼란이 장기화되자 외국의 시선이 더욱 꼬여가고 있다.
'아시아적 가치'를 주창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에선 통상산업 장관이 당 대회 공식 연설에서 "다른 나라에 선거 감시단을 파견해 온 미국이 저렇게 됐으니, 이제는 우리가 미국 선거 감시를 위한 국제감시단을 파견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또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사람이 상원의원에 당선되는 희한한 일도 있었다"고 비꼬았다영국 노동당은 내년 봄 총선 때 활용하기 위해 이번 미국 대선 인터넷 선거운동을 배워 오도록 대표단을 9개월 동안이나 파견했으나, "우리가 배운 것이라곤 최초의 인터넷 선거였던 미국 대선이 과대광고 그 자체였다는 점 뿐"이라며, 이를 포기했다. 유권자 반응도 시원찮았다는 것.
외신종합=국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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