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지 혼란 잘못 찍었다

입력 2000-11-10 14:13:00

플로리다에선 과연 무슨 일이 있었나? 재개표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곳 일부 군(郡, 카운티)에서 선거부정 의혹이 제기되고, 소송까지 발생했다. 미국에도 선거 부정이 있는 것일까?

이곳 선거부정 시비는 투표용지 디자인 잘못, 표 집계 착오, 투표함 실종 등 여러가지 형태로 불거지고 있다.

◇투표 용지 디자인 과실 논란

플로리다 주민 3명은 한국시간 9일 팜비치 카운티의 잘못 디자인된 복잡한 투표용지 때문에 고어 후보 대신 개혁당 뷰캐넌 후보에게 잘못 투표하게 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식이 알려진 뒤 수백명의 고어 지지자들이 팜비치 선거사무소로 몰려가 거세게 항의했다. 민주당측 변호사들은 팜비치 카운티 투표용지를 불법으로 간주, 재투표까지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뷰캐넌은 민주당이 강세를 보인 이곳에서 3천407표를 얻었다. 이 숫자는 다른 인접 지역 득표 수보다 월등히 많다. 그는 여기보다 인구가 훨씬 많은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에선 불과 561표밖에 얻지 못했으며, 플로리다 전체 득표수도 1만6천962표에 그쳤다.

문제의 투표용지는 후보자의 이름이 오른쪽과 왼쪽에 각각 기재되어 있는 2장의 용지를 맞춰서, 그 중간에 컴퓨터 펀치용 구멍을 내도록 돼 있다. 그 오른쪽 첫번째 줄에 뷰캐넌, 왼쪽 두번째 줄에 고어 이름이 각각 적혀 있다. 유권자가 실수로 용지를 어긋나게 놓을 경우 잘못 찍을 가능성이 높다고 일부는 주장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또 자원 봉사자들이 유권자들에게 나눠준 샘플 투표용지가 실제 용지와 후보 순서 표시를 달리해, 문제가 더 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 측은 "용지에 표기된 줄을 따라 제대로 찍기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며 항의가 과장된 것이라며 반박했다.

◇컴퓨터 고장 집계 누락 주장

플로리다주 민주당 관계자들은, 주 내 볼러시아 카운티의 컴퓨터 디스크 고장으로 앨 고어 지지표가 수천표나 누락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들은 이곳 선관위가 발표한 잠정 개표 결과 한때 고어 표가 약 1만표나 계속 감소했다고 밝히고, "이곳에서는 전에도 이상한 일이 일어난 적 있다"고 주장했다.

개표 방송 당시 새벽 2시6분에 고어 표가 271만6천995표였으나, 2시15분에는 270만7천798표로 줄었다는 것. 카운티 검표위원회는 개표 착오 주장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한국시간 9일 회의를 소집했다.

◇투표함 실종 주장

민주당 전국위는 브로워드 카운티(유권자 22만명)에서 한때 9개 투표함의 행방이 알려지지 않다가 나중에야 회수돼 개표됐다고 주장했다.

ABC방송 정치부장은 "플로리다 주 일부는 선거 부정의 역사가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다른 주에서도 말썽

이런 가운데 미주리.미시간.아이오와.캔자스 등 몇몇 다른 주에서도 회유를 당하거나 오도된 정보를 제공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왔다.

아이오와 주에서는 일부 나이 많은 유권자들이 "특별 유권자 등록증 없이는 투표할 수 없다"는 사기성 전화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웨스트 버지니아 주에서는 "이 주 출신인 민주당 상원의원이 고어를 반대한다"는 거짓 전화가 유권자들에게 걸려갔던 경우가 있었던 것으로 주장됐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