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역사학자가 고고학 발굴 성과마저 날조해온 사건이 불거져 전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다. 우리는 이 사건을 지켜보면서 역사 왜곡과 날조를 일삼아온 일본에 대해 다시 한번 자성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에서는 일본에 70여만년 전의 전기 구석기 문화가 있었음을 나타내는 유적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미야기(宮城)현 가미타카모리(上高森) 유적과 홋카이도(北海道) 소신후도자카(總進不動坂) 유적의 유물들이 발굴 책임자인 후지무라 신이치(藤村新)에 의해 완전히 조작됐다는 사실이 밝혀진 셈이지만, 최근 역사교과서 왜곡을 서둘러온 그들의 속성에 대해 다시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은 가미타카모리 유적 현장에 설치해둔 비디오에 발굴 직전에 후지무라가 보유하고 있던 석기를 묻는 장면을 포착한 뒤 그의 시인을 받았고, 소신후도자카 유적의 발굴까지 조작이었음을 밝혀냈다고 5일 폭로했다. 일본 학계가 중국 베이징 원인과 동시대의 것으로 추정해온 이 유적의 석기들은 1992년부터 발굴, 98년부터 일본 고교 교과서에도 실렸으나 이번 날조 사실로 이 분야의 연구에도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더구나 72년부터 발굴에 나섰던 후지무라가 발굴 때마다 새로운 기록을 세우면서 '석기의 신' '신의 손'으로 불려왔으며, 지금까지 학문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가진 석기는 모두 그가 발견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실로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다.
이번 사건이 불거짐에 따라 일본 역사를 이집트 문명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은 우익단체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서적들과 교과서는 물론 일본 역사 연구 전체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해졌지만, 일본의 역사 날조는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최근 일본의 황국사관 부활 움직임이 구체화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 역사가 또다시 왜곡되고 있음을 통탄해 왔다. 역사교과서 검정 신청을 낸 출판사들은 모두 과거사를 왜곡 또는 축소했고, 일본 문부성은 이를 인정하려는 조짐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일본은 침략과 지배의 역사를 정당화함으로써 2세들에게 지난날 일본적 정체성을 계승토록 하려고 하고 있으나 그것은 시대착오적 복고주의가 아닐 수 없다.
이번 구석기 유적 날조 사건을 계기로 최근까지 역사 왜곡과 날조에 앞장서온 일본 정부의 뼈아픈 자성을 다시 한번 촉구하며, 우리도 경각심을 가지고 일본의 도덕적 일탈을 저지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대응해야만 한다는 점을 새삼 강조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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