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동물의 대화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만약 동물의 말을 알아듣게 된다면 그 내용의 대부분은 무분별한 자연파괴와 환경오염에 대한 원망과 분노일 것이다.
아직 초보적이긴 하지만 동물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엿들으려는 시도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 모스크바 동물원의 과학자들은 특별한 장비를 이용해 동물의 언어를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동물의 소리를 분석해 그들의 상태를 알 수 있게 된 것. 이를 잘 이용하면 동물에게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동물의 교미시기를 정확히 알아낼 수 있다면 멸종위기에 있는 종의 번식을 도울 수도 있다.
동물원 수의사들은 표범을 비롯한 고양이과 야생동물의 번식 문제를 주로 다뤘다. 표범의 경우 발정 때를 제외하곤 암컷과 수컷은 본능적으로 따로따로 살아간다. 때문에 암컷 표범의 외모나 행동만으로 발정기를 알아내기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수의사들은 발정기를 알아내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표범에게 물어보는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문제는 어떤 말로 물어보고, 대답을 어떻게 이해하느냐는 점.
전문가들은 암컷의 발정기에 나는 냄새를 맡고 수컷이 내는 독특한 소리를 찾아냈다. 그러나 수컷이 내는 소리는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인간이 이를 구분해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과학자들이 택한 방법은 음파를 분해하고 해석하는 것. 분석 결과 대략 8가지 형태의 음성을 분리해 낼 수 있었다. 암컷의 발정기를 알아채고 내는 소리는 파동이 다른 소리와 상당한 차이를 보여서 컴퓨터 분석을 통해 확실히 구별해 낼 수 있었다.
수의사들은 이를 이용해 표범이 러시아의 추운 겨울을 피해 따뜻한 여름에 출산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데 성공했다. 이밖에 과학자들은 동물들의 사회성과 동물 집단내에 존재하는 질서 등을 연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중남미 열대지역에 서식하는 나이프피시(knife fish)에 관해 연구했다. 세계적으로 100여종이 있는 이 물고기는 전기적인 신호로 의사 소통을 한다. 특히 수컷 물고기는 단순하고 낮은 주파수를 이용해 구애한다. 암컷들은 전기 신호를 듣고 수컷이 어디쯤 있는지를 파악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나이프피시의 포식자인 전기뱀장어나 메기가 수컷이 구애에 이용하는 주파수와 같은 전기신호를 만들고 들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똑똑한 나이프피시는 자신이 암컷에게 보내는 은밀한 '세레나데'를 알아듣지 못하도록 더욱 복잡한 구애신호를 이용한다. 단순한 전기 신호에 다른 펄스를 첨가하고 신호의 높낮이를 변화시킨다.
나이프피시는 근처에 있는 포식자를 쫓아내는 방법도 알고 있었다. 아마존강에 서식하는 종의 경우 포식자의 위협이 있으면 오히려 복잡한 전기신호 대신 단순한 신호를 보낸다는 것. 이는 전기뱀장어의 신호를 흉내내서 근처에 있는 다른 포식자들이 자리를 피하도록 만드는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 98년 미국에선 8천명에 이르는 네티즌들이 26세의 고릴라 코코와 컴퓨터를 통해 채팅을 즐겼다. 코코는 통역자의 도움을 받아 신호언어를 이용해서 상대방과 대화했다. 코코는 약 500개의 어휘를 구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역자는 네티즌의 질문을 신호언어로 바꿔 전달했다. 실제 상황에선 코코는 채팅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채팅을 시작한 지 1시간이 채 못돼 완전히 흥미를 잃고 장난감을 갖고 노는데 열중한 것.
그러나 몇몇 질문에 대한 답변은 상당히 흥미로운 것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음료를 묻는 질문에 '사과 음료'라고 답했다. 코코는 으르렁거리는 소리에 가끔씩 신호언어를 섞어 이에 응답했다. 코코에게 배고픈지를 묻자 '지금 먹겠다'는 신호를 통역자에게 보내기도 했다. 또 붉은 머리끈을 가지고 놀고 싶다는 뜻으로 '레드 레드'라는 신호를 보냈다. 아기를 갖고 싶냐고 묻자 부끄러운 듯 얼굴을 가리기도 했다.
과학자들이 동물 언어에 대해 연구한 끝에 얻은 결론은 동물들의 의사전달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채롭다는 사실이다. 나름대로 주변을 인식하고 판단할 줄 알며 그에 적절히 대처할 줄도 안다는 것. 미래 어느 시점엔 헤드폰 같은 기계를 머리에 쓰고 애완동물과 대화를 나누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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