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무진' A/S조차 안된다니...삼성상용차 소비자들 항의 빗발

입력 2000-11-04 12:02:00

삼성그룹의 삼성상용차 퇴출 방침에 대해 소비자와 지역민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상용차 관계자에 따르면 2일 김명한 사장은 "회사를 정리할 수 밖에 없다"며 회사 청산이 확정적임을 밝혔다. 이에 대해 직원들은 삼성그룹이 자신들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뿐 아니라 소비자들까지 외면하고 있다면서 한해 1조원 가량을 사회봉사 등에 쏟아부으며 기업 이미지 제고에 힘쓰는 삼성그룹이 상용차 문제로 인한 유무형의 타격에는 무관심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무한 A/S 대책

삼성상용차 퇴출이 확정적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2일 삼성상용차에는 하루종일 생산제품인 '야무진'을 구입한 소비자들로부터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앞으로의 A/S 대책을 묻기 위한 것. 하지만 회사 관계자들은 "현재 협력업체로부터 부품 구입도 중단한 상태이며 퇴출될 경우 사실상 A/S는 거의 이뤄지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경우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믿고 '야무진'을 구입한 소비자들의 피해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야무진 트럭을 구입한 한 자영업자는 "애꿎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게 됐다"며 "이래서야 다른 삼성제품도 믿고 살 수 있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98년 9월 첫 출시된 야무진의 국내 총 판매대수는 약 4만여대. 삼성직원들이 친인척을 통해 연고 판매한 제품이 대부분이어서 "차를 산 친인척들로부터 원망만 듣게 생겼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채 경제논리만 내세우는 삼성

삼성그룹측은 경제논리를 적용할 때 지난해만 2천66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내 자본잠식 상태인 삼성상용차의 퇴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삼성상용차측은 투자 약속도 지키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논리 운운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은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기간만 십수년이 걸리는 기간산업. 지난 96년 출범한 회사가 5년만에 이익을 내기 바라는 것은 갓난아기에게 돈을 벌어오라는 것과 비슷하다며 획일적인 경제논리 적용에 반발하고 있다.

오히려 1조5천억원을 투자, 삼성상용차를 연간 20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연 매출 2조원 규모의 회사로 키우겠다는 삼성그룹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하고 있다.

지난해 2천450억원의 추가 자금지원이 이뤄졌다지만 속내를 보면 삼성중공업 지원분인 1천800억원은 빚을 출자전환한 것으로 실제 자금지원액은 650억원에 불과하다는 것.

직원들은 삼성의 자동차산업 진출을 위한 포석으로 설립된 상용차에 대해 당초 약속했던 자금을 투자한 후 이제부터라도 경제논리에 따라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표이사의 무책임한 대응과 노조결성

국내 최고 기업인 삼성그룹 임원인 김명한 사장의 무책임한 대응도 직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회사가 퇴출설에 휩싸여 혼란이 극심했던 지난달말 대부분 시간을 서울에서 머물며 직원들의 호소를 외면한데 이어 비대위와의 면담에 갑자기 나타나지 않은 것.

2일 밤 늦게까지 이어진 비대위와 면담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양측은 3일 오전 다시 만나기로 했으나 김 사장이 면담 장소에 나타나지 않은 채 종적을 감춰버려 퇴출 위기에서 격앙된 비대위측을 더욱 자극했다.

한편 삼성상용차 영업부문 비상대책위원회는 2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청에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김영호 구미지점 영업과장을 위원장으로 내세운 노조는 현재 영업부문 직원 594명의 노조가입 서명을 받아둔 상태이고 앞으로 생산직 근로자 등도 노조에 가입하도록 유도, 퇴출 방침에 보다 조직적으로 반발할 방침. 이에 따라 대부분 노조가 없거나, 있더라도 회사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그룹의 '무노조신화'가 깨지게 됐다.

시민반응

김영훈(54)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 사무국장=정부와 은행권이 발표한 기업판정이 전체적으로 불만족스럽다. 실업대란이 우려되고 있으나 이들에 대한 고용 승계등 생계지원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특히 지역경제를 고려하지 않고 그룹의 이익만을 생각한 삼성의 부도덕한 행위에서 비롯된 삼성상용차 청산은 대구시민을 우롱한 결정이다. 대구시에서는 위기국면임을 감안해 경제 회생책 마련에 힘쓰야 할 것이다.

이강문(48·중구 남산4동)씨=며칠전 대통령이 대구에 와서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는데 퇴출기업명단을 보니 심한 실망감을 느낀다. 살릴 기업은 살려야 되겠지만 정부는 기업들이 이 지경이 되도록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특히 대구의 경우 '갑을'이 살게 되어 다행이지만 '삼성'은 대구에서 얻어가기만 하고 준것은 아무것도 없이 퇴출된 것 같아 안타깝다.

김가영기자 k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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