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부산과 울산지역 방문에서 국민화합을 강조하면서 최대의 장애물은 정치인과 일부 언론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인은 지역감정을 선거에 이용하고 일부 언론은 상업주의로 선정적으로 보도하고 숫자도 필요한 것만 보도해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핵심이 빠진 지적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감정의 핵심은 뭐니뭐니 해도 인사의 편중에 있기 때문이다. 이외도 지역 간의 불균형성장 등 여러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가장 큰불만은 편중인사였다. 이는 소위 영남정권 시절부터 누구나 인정하고 있었던 일이 아닌가.
그런데 국민화합을 걸고 나온 국민의 정부는 그동안의 편중인사를 시정한다면서 또 다른 편중인사를 정당화했다. 때로는 편중인사가 아니라고 강변을 하기도 했다. 주요 요직은 물론 정부 투자기관이나 산하단체의 자리도 거의 특정 지역이나 여당성향의 인사가 판을 치고 있다. 따라서 "취임 후 국민화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왔지만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는 고백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는지 모른다.
물론 여당 측은 편중인사라고 보는 대부분의 국민인식과는 달리 전체 숫자를 예로 들면서 편중인사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여기에 동의하는 국민의 숫자는 불행히도 많지 않다. 이 문제가 바로 대통령의 불만처럼 일부 언론이 '필요한 숫자'만 보도해서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있는 부분인 모양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앞서의 지적처럼 언론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언론은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 그동안 편파 인사 등에 대한 보도를 자제해 온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언론은 독자들의 항의까지 외면하면서 이를 지키려 해 왔다. 그런데도 지역감정의 큰 요인중의 하나로 모는 것은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대통령이 지적한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정치인과 언론을 국민이 심판해야 한다"는 말은 적절치 못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감정은 없어져야 한다는 당위성만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여러 요인을 분석하여 무엇이 가장 큰 요인인가를 가려내어 하나씩 해결를 위한 조치를 해나가야만 없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이래서는 안된다는 당위성만으로 그 책임을 정치인과 일부 언론에만 돌려서는 안된다. 오히려 이번의 대통령의 지역감정에 대한 발언은 다른 지역에 가서 했으면 더 적절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지역감정의 최대수혜자이자 동시 최대피해자인 김 대통령이 진정한 지역감정 해소에 다시한번 발벗고 나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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