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사건 정·관계 로비 수사

입력 2000-11-04 00:00:00

동방금고 불법대출사건 중 정·관계 로비의혹을 밝혀줄 핵심인물들이 잇따라 출국한 것으로 드러나 검찰의 수사의지에 의혹이 일고 있다.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2부는 3일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KDL) 사장과 이경자 동방금고 부회장이 조성한 사설펀드에 정·관계 인사의 투자를 유치한 의혹을 받고 있는 S팩토링 대표 오모씨가 해외로 출국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앞서 이씨의 행적확인을 위한 주변조사 차원에서 지난주 오씨에 대해 참고인 자격으로 출두하도록 소환통보했으나 오씨는 소환에 불응한 채 잠적했다.

검찰 관계자는 "오씨가 소환에 불응해 확인한 결과, 이미 외국으로 출국한 상태였다"며 "그간의 조사에서 오씨의 구체적인 범죄혐의나 정, 이씨 등과의 관계가 드러나지 않아 출국금지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씨 측근들은 오씨가 서울 서초동 S팩토링 사무실에서 동방펀드 등 정, 이씨의 사설펀드 가입자를 모집했고 이씨에게 차명계좌 개설용 명의대여자를 소개한 이씨의 핵심 측근이었다며 검찰 주장을 반박, 출국경위와 관련해 논란이 일고있다.

이에 앞서 이 부회장의 '오른팔'이자 불법대출및 금감원, 정·관계 로비의혹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로 알려진 유조웅 동방금고 사장도 검찰 수사 착수직전인 지난달 21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금감원은 당시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의 피고발인인 유씨에 대해 통상적인 관행과는 달리 출국금지 요청을 하지 않은 채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함으로써 사실상 도피를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유씨는 자살한 장래찬 전 금감원 국장과 대학 동문으로 절친한 사이일 뿐 아니라 동방금고측의 대 금감원 로비창구로 알려져왔다.

또 검찰은 장 전국장의 도피기간중 신병확보를 소극적으로 한 듯한 행보를 보여 사실상 자살을 방조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사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 일각에서는 금감원을 비롯한 정·관계인사들의 로비의혹을 풀 수 있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주요 관련자들이 이처럼 사실상 해외로 도피하거나 자살하는 바람에 검찰수사가 '벽'에 부닥치게 됐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법조계 인사들은 "대형비리 사건 수사에 있어 출국금지는 수사기법상 기본절차"라며 "금감원이나 검찰이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들에 대해 출금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수사에 착수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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