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사활건 퇴출작업

입력 2000-11-02 14:33:00

우리 경제가 중대고비를 맞고 있다.경제전반이 국제유가 불안, 반도체가격 하락, 대우자동차.한보철강 매각실패 등 끝없이 이어지는 악재들로 부초처럼 흔들리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금융감독원의 도덕성 상실로 금융.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불신이 더욱 높아졌다.

외환위기이후 고통을 감내하면서 추진해온 구조개혁이 자칫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구조개혁에 차질이 빚어지면 경기 사이클상 내년부터 하강국면에 들어가는 우리경제는 중남미 국가들처럼 위기를 반복하는 회복불능의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 정부는 연내 금융.기업개혁 완수를 외치고 있으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도 직접 개혁일정을 챙기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인 금융기관.기업은 물론 정당, 이익단체 등 모든 사회 구성원이 외환위기 당시의 초심으로 되돌아가 구조조정 추진에 적극 합심하지 않으면 개혁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걱정이 많다.

◆그간의 금융.기업구조조정 무엇이 문제인가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진행해온 금융.기업구조조정에 대한 성적은 '공적자금 40조원 추가조성'으로 이미 판가름났다.

무려 109조6천억원의 공적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40조원이 추가로 필요할 정도로 그간의 구조조정이 미흡했다는 뜻이다.

정부는 앞으로 한빛.조흥.외환.평화.광주.제주 등 경영정상화계획 제출은행의 부실을 털어주고 종금.금고.신협에 대한 추가 구조조정을 실시하며 부실기업 정리에 따른 은행 대손충당금 적립을 도와줘야 한다.

이런 지경에 이른 것은 당사자인 기업.금융기관들이 지난 99년 지표상의 경기호조에 안주한 나머지 구조조정을 게을리한데다 정부 역시 보다 매몰차게 채찍을 가하지 못한 때문이다.

특히 워크아웃기업들은 수십조원에 이르는 이자감면, 출자전환 등 채무조정에도 불구하고 비도덕적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어떤 기업주는 자기소유 부동산을 터무니없는 가격에 계열사에 떠넘기고 매각대금으로 계열사 지배권을 유지했는가 하면 줄어든 금융비용을 이용해 덤핑 공세에 나서 동종업계에 피해를 주는 업체도 있었다.

이들 워크아웃기업을 관리하는 금감원 등 감독당국과 정부는 거의 손을 놓고 있었다. 최근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을 계기로 자정결의, 쇄신방안 마련 등에 나서고 있으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금융.기업구조조정 어떻게 해야 하나

무엇보다도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은 과감히 퇴출해야 한다.

부실기업을 정리하지 않으면 금융권 부실은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정치적 판단에 따라 부실기업 퇴출을 늦출 경우 그 효과는 곧바로 부메랑으로 돌아와 우리경제에 결정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게 연구기관들의 한결같은 경고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최근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경기호조에 따른 저금리와 낮은 임금상승률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했다면 앞으로 더욱 어려워지는 경제상황에서 생존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또 "부실 대기업을 퇴출시키면 단기적으로 실업률이 올라가는 등 정치적.사회적 고통이 따르지만 이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면서 "부실기업을 조속히 해결하지 못하면 나중에 더 큰 고통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기관에 대한 구조조정도 원칙을 중시해야 한다. 공적자금 투입은 반드시 최소비용 원칙을 따라야 하고 손실분담과 책임추궁도 분명히 해야 한다. 자구노력 없이 공적자금에만 기대려는 도덕적 해이는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않게 나오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생존가능성 없는 기업과 금융기관은 예외없이 퇴출된다"면서 "이는 3일께 발표되는 퇴출기업 명단을 보면 알게 된다"고 말했다.

◆ 각 정치.사회계층의 대승적 협조 필요

금융.기업 구조조정은 국회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

국회는 11월중에 정부의 40조원 공적자금 추가조성안에 대한 심의를 시작할 전망이다. 그러나 여야가 당리당략을 앞세워 동의안 처리를 질질 끌 경우 부실은행의 구조조정은 한없이 늦어진다.

정부는 공적자금 추가조성안이 늦어도 11월중에는 국회에서 통과돼야 원활한 구조조정이 가능하다고 보고 여야에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하고 있다.

노사문제도 구조조정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을 비롯한 노동계는 각종 금융기관.공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불만을 적지 않게 갖고 있다. 근로자들에 대한 일방적 희생은 더이상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특히 양 노총은 11월 중순에 노동자대회를 열어 투쟁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에따라 정부는 구조조정 관련 사안별로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해 노동계와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노동계의 반발로 구조조정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근로자들 스스로가 엄청난 직간접적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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