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銀 흑자목표 '용두사미'

입력 2000-11-02 00:00:00

1천390억원→330억원→241억원→?대구은행의 올해 흑자목표가 흔들리고 있다.

연초 1천390억원 흑자라는 '야심만만한' 경영목표를 제시했다가 9월 들어 당초 규모의 4분의1도 안 되는 330억원으로 하향 조정한 뒤 다시 한달만에 100억원 가까이를 더 깎아 잡을 정도로 위기다.

그런데도 대구은행은 지역민의 애향심에만 기댄 채 별다른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때문에 벌써 가시화한 금융시장 급변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느냐는 지적이 무성하다.

◆흑자목표 "차질"=수지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은행 클린화작업이다.

드러난 부실여신은 물론 신자산건전성분류기준(FLC)에 의한 잠재부실까지 전액 반영하라는 정부 지침에 따른 결과 무려 1천111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했다.

또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으로 157억원을 손실 봤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흑자목표를 330억원으로 대폭 하향한 뒤 수익성 제고에 나섰으나 기업들이 연이어 쓰러지면서 이마저 달성키 어렵게 됐다. 대출해준 기업들이 법정관리 등으로 사실상 퇴출되면서 재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하순 다시 잡은 목표는 241억원. 2단계 기업 구조조정에 대비해 119억원을 적립키로 한 결과다. 이중 서한 등은 예상대로 법정관리를 신청해 결손이 현실화했다.

문제는 앞으로 이나마 달성할 수 있겠느냐는 것. 향후 계속될 기업 구조조정에 따라 어디서 어떤 손실이 생겨날지 모르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대구은행은 이에 대해 기업이 쓰러지더라도 은행이 입을 손실은 더 이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벌써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한 상황. 1일 최종 부도처리된 동아건설에 대해 3억여원 여신이 있어 일정액 손실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현대건설 처리문제가 법정관리 신청으로 급선회하고 퇴출기업 판정작업이 30개 기업 즉시 청산, 15~20개 기업 법정관리 등 대폭 수술하는 것으로 확대되면서 여파가 더 커질 것이란 적신호도 켜졌다.

◆안이한 대처로 일관=바깥으로 금융 구조조정이 급류를 타고 있고 내부적으로 경영목표가 흔들리고 있는데도 대구은행은 개혁 및 고객 서비스 확충에는 미적거리고 있다.

대구은행은 지난 9월 은행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편한다는 방침 아래 본부조직을 부제에서 사업부 및 팀제로 개편했으나 영업점은 손대지 않았다. 고객을 직접 대하는 일선 현장이 가장 중요한 개편대상인데도 뒤로 미룬 것이다.

또 영업점을 기업금융지점과 소매금융지점으로 개편하고 개인금융 종합상담 창구(Private Banking Room)를 신설하는 쪽으로 대폭 바꿀 예정이었으나 예산관계로 내년이후로 유보시켰다.

인력구조가 손발은 없고 머리와 허리만 비대한 기형이라는 진단을 받았는데도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당장의 움직임도 없다.

이에 반해 다른 은행들은 사활을 건 변화를 진행 중이다.

조흥은행 등은 이미 본부조직을 사업부제로 개편하고 지점을 기업-소매지점으로 나눴다. 주택.신한은행 등은 예금 입.출금 같은 단순업무를 처리하는 이른바 빠른 창구와 대출, 장기예금 등을 종합 상담해주는 창구 등으로 지점 창구를 전면 개편했다.

다른 은행들이 안팎에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대구은행은 이미 다른 은행이 시행중인 제도조차 제대로 따라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 사업부제 도입, 인력구조 개편 같이 다른 은행들이 도입했거나 누구나 다 짐작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 경영진단을 의뢰해 5억원을 지불했다.

은행권에선 대구은행이 대구.경북 시도민의 애향심에 호소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려 한다면 시대착오이며 예금 부분보장제 및 금융소득 종합과세 실시로 대변되는 급변하는 금융환경 아래에서 자본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고객을 잡으려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상훈기자 azzz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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