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 문제 정부 탓 크다

입력 2000-11-01 15:12:00

금감원의 도덕적 해이가 여론의 질책을 받는 가운데 부실기업처리가 급류를 타면서 동아건설이 사실상 퇴출된데 이어 현대건설이 1차부도를 낸채 가까스로 위기를 넘기는 등 대표적 거대기업의 이상징후로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자본시장에 몰고올 거센 파고와 대량실직사태를 예상하면 앞으로 우리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 초조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동아의 퇴출에서 파생되는 대내외의 부작용은 정부가 치밀한 대처를 통해 최소화하는 수 뿐이다.

한국의 간판급 기업인 이들 건설업체의 불상사를 보면서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경영을 방만하게 해온 기업주와 경영자도 문제지만 정부의 대처방식에 새삼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현정부는 집권초기부터 기업·금융구조조정을 제1의 과제로 내세우고 추진성과를 수없이 자랑했는데도 대표기업들이 이렇게 되었다는 것은 구조조정정책의 실패라해도 할 말이 없을 것같다.

동아의 경우도 최원석 전 회장의 경영실패에 겹쳐 워크아웃상태에서도 경영자들이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등 도덕적 해이를 자행했는데도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채권은행들이 감시를 소홀히하고 감독당국이 이를 챙기지 않았던 것이다. 동아건설이 기업개선작업에서 실패함으로써 리비아 대수로공사관련 손실 등 엄청난 국가적 불이익을 가져오게 된 것은 결국 이같이 감시감독을 소홀히한 정부당국의 무능에 큰 원인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현대건설이 이렇게 된 것도 정몽헌 회장의 방만한 경영자세와 정씨일가의 전근대적 기업지배구조에 1차적 원인이 있음은 사실이나 그동안의 경과로 보면 이 또한 정부와 채권은행들의 무책임한 자세에 더 큰 문제가 있었다. 현대는 지난 5월 유동성위기가 표면화된후 무려 네차례에 걸쳐 자구(自救)계획안을 내놓았으나 제대로 이행된게 없었고 오히려 채권은행들이 과거의 타성대로 질질 끌려만 다닌 것은 정부가 위기대처 의지를 가졌는지를 의심케했다. 더욱이 재벌빅딜과정에서 현대가 가장 큰 이득을 보았다는게 경제계의 지배적 분석인데도 구조조정에 가장 미온적인 현대에 대북(對北)사업의 추진을 허용해 현대부실을 키웠다는 점에서도 정부의 책임은 면할 수 없다.

대우사태에도 각성을 못하고 동아·현대가 이 지경에 이르렀다면 정부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못한 것같다. 부실기업정리는 더이상 흐리멍텅하게 해선안된다. 심한 고통을 겪더라도 원칙에 따라야하고 그에 앞서 구조조정을 지휘 감독하는 정부당국의 개혁적 자세확보가 선행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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