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 전국장 자살…수사 난관

입력 2000-11-01 00:00:00

동방금고 로비의혹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 중 한명인 장래찬 전 금감원 비은행검사1국장이 31일 자살한 변시체로 발견됨에 따라 검찰수사가 난관에 봉착했다.장 전 국장은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 사장으로부터 주식투자 손실보전분으로 3억5천900만원을 받은 자신의 혐의 외에도 올 3월14일 분쟁조정국장으로 옮기기 전까지 금고검사와 관리를 담당한 주무국장이었다는 점에서 동방금고 불법대출 및 정.관계로비의혹의 실체를 규명해줄 핵심인물로 꼽혀왔다.

장 전 국장은 지난 21일 동방금고 노조원들의 고발로 금감원에서 투자손실금 수수혐의가 불거지게 되자 23일부터 잠적했으며 그동안 몇차례 금감원 김중회 비은행검사1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혐의에 관해 해명했으나 검찰 수사팀과는 연락이 닿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장 전 국장이 잠적한 직후부터 검거반을 편성, 도피행로를 추적해 왔으며 출입국기록 조회결과 해외도피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조만간 자진출석할 것으로 예상했다.

검찰은 장 전 국장의 뜻하지 않은 자살소식에 크게 당황하는 기색이다.

장 전 국장이 검찰에서 밝혀야할 의혹이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장 전 국장의 범죄혐의에 대해서는 동방금고 이경자 부회장이 입을 열지 않는데다 피의자 본인의 사망으로 인해 법적으로는 수사할 이유가 없어졌다.

그러나 문제는 금고 검사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서는 검사 실무진과 금감원 고위간부들 간의 연결고리인 장 전 국장만이 결정적인 진술을 해줄 수 있다는 점이다.동방.대신금고 불법대출이 모두 장 전 국장 재임중에 이뤄졌고, 작년 12월 대신금고를 특별검사했던 실무진도 "장 국장에게 모든 내용을 보고했다"고 진술하고 있어 장 전 국장 윗선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진전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금고 이수원 사장 등 임원 3명을 당초 면직에서 경고로 징계수위를 낮춘 경위와 경영지도기간을 6개월에서 2개월로 단축하고 경영개선 계획 제출을 유예한 경위 등이 모두 장 전 국장이 풀어줘야 할 의혹이기 때문이다.

동방금고에 대해 3년7개월간 정기검사를 한차례도 실시하지 않은 배경도 밝혀지기 어렵게 됐다.

아울러 장 전 국장에 대한 조사를 통해 친구인 김모씨 명의를 빌려 투자한 1억원이 포함된 동방펀드를 비롯한 이른바 '정현준 사설펀드'의 모집경위와 유력인사들에게 적용되는 투자손실 보전 이면약정의 실체를 밝히려던 수사팀의 계획도 방향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밖에도 장 전 국장이 정씨로부터 투자손실 보전금 명목으로 받은 것으로 알려진 3억5천900만원을 어떤 경위로 되돌려 받았는지와 장 전 국장이 금감원 직원들의 사설펀드를 이용한 주식투자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등도 모두 미궁에 빠져들 공산이 커졌다.

특히 검찰은 장 전 국장과 함께 동방로비 의혹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핵심인물로 꼽혀온 유조웅 동방금고 사장마저 미국으로 도피한 상황에서 장 전 국장의 자살이라는 돌발변수에 부딪히게 돼 더욱 난감해하는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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