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이복규(대구공업대교수·도예가)

입력 2000-10-30 14:00:00

가을을 맞으면서 많은 문화행사들이 열린다. 그 곳마다 울리는 휴대폰 소리는 모든 것을 일시에 암흑으로 몰고 가는 듯하다. 이제는 자제를 할 때도 된 듯한데 언제까지 울도록 두어야하는 것인지! 시끌벅적한 분위기, 다른 관람자를 배려하지 않는 태도도 갈수록 심해져 감을 느낀다.

이런 소음 공해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도자기 전시회를 하는 작가는 하루에 두 세 번은 작품 내부를 확인해야한다. 항아리 내부에 먹다 남은 과자 부스러기, 껌, 휴지 등 다양한 내용물들을 휴지통인양 착각하고 버리고 가는 양심이 있기 때문이다. 더 황당한 일은 옹기독을 선택할 때 깨졌는지를 확인하던 습관으로 두드려봐야 직성이 풀리는 관람객, 그것도 지팡이로 두드리는 것을 볼 때의 황당함이란! 회화 전시회의 경우에는 열린교육으로 전시장을 찾는 어린 학생들이 두렵다. 그들 손에 들려있는 필기구가 언제 작품에 한 획을 그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린 학생만이 아니라 어른들도 궁금증을 풀기 위해 손톱으로 긁어 확인하는 작업을 서슴없이 행한다.

작가들은 자신의 변화해 가는 작업을 전시회를 통해 선보인다. 대중과의 교감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해나가고, 작업세계를 구축해 나가기 위해서 관람객과 대화를 하고 싶어한다. 그들은 전시회 내내 자리를 지키며 기다리는 것이다. 아이쇼핑하는 기분으로 흘러가는 관람객이 아닌 작품을 감상하는 그런 분을.

작가들은 발가벗는 절실한 심정으로 전시대 위에 자신의 분신을 올려놓는다. 그런 마음으로 일반인들과 자신의 작품세계를 공유하고 싶어한다. 그런 이들에게 어떻게 돌을 던질 수 있는 것인지?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최소한의 예절이 우리를 문화인과 비문화인의 경계를 넘나들게 한다. 내가 갖춘 예절은 나를 품위 있게 만든다. 그리고 이 사회를 격조 있게 만들 것이다.

가뜩이나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 움츠러들게 하는 계절. 오늘 신문 문화면을 펴고, 관심 있는 전시장을 찾아 작가와 따뜻한 대화로 마음의 풍요로움을 얻어보자. 예절을 갖추고 관람하는 나는 어느덧 돈으로 살 수 없는 품위 있는 상류 문화인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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